[미디어펜=이원우 기자]업계 최초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투자은행(IB)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당대출을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징계 여부를 재논의한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한국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개인대출을 한 혐의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제재심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 제재, 일부 영업정지 등을 사전 통지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에 이용했는지 여부에 맞춰져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고,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키스아이비제16차를 거쳐 최 회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개인대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제동을 걸었다. 한국투자증권이 키스아이비제16차의 업무수탁자이자 자산관리자로서 SPC를 대신해 자산운용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거래는 한국투자증권과 최 회장 간의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사안이 기업금융 업무의 일환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조달자금이 SPC라는 실체가 있는 법인에 투자됐다는 논리다. 

그간 증권사들은 단기금융업이 아니더라도 SPC에 자금을 투자해 왔는데, 금감원 판단대로라면 이런 투자 형태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도 있어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당국의 판단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제재심에서 금감원이 징계를 결정하면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제재 내용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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