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관련 사안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중징계 확정시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초대형IB(투자은행) 업무 전체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최근 KB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가 44건의 ‘TRS 매매중개 제한 위반’ 처분을 받았다. KB증권 10건, 삼성증권 5건, 미래에셋대우 4건 등의 지적을 받은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1건의 위반에 그쳐 상대적으로 사례가 적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사안 자체도 그다지 큰 건은 아니어서 금감원은 역시 경징계 방침을 피력했었다. 위험회피 목적이 아닌 TRS거래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긴 해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진 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상황은 금감원아 작년 한투증권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한투증권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간 TRS거래에 ‘발행어음’ 자금이 쓰인 것을 문제 삼았다. 

한투는 NH투자증권과 함께 국내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금융당국은 한투가 단기금융업 인가 취지에 맞지 않은 방식으로 자금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일단 금감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한투증권이 세운 SPC 키스아이비제16차 간에 있었던 TRS거래에 대해선 위험회피(헤지)목적이 아닌 것으로 보고 경징계할 방침을 밝혔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SPC에 지급된 발행어음 자금 1670억원이다. 

SPC는 이 자금으로 최태원 회장 대신 SK실트론 지분 19.4%를 매입했다. 최 회장은 SPC와 TRS계약을 맺고 주가변동에 따른 손실과 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대신 한투증권에 일정부분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이 일련의 TRS거래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사용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단기금융업 관련 자본시장법상 ‘개인 신용공여’는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증권사가 설립한 형식적 기업인 SPC에 대한 발행어음 자금 공급을 ‘기업대출’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당국은 이런 논리를 허용할 경우 증권사들이 SPC를 통해 사실상 개인 신용공여(대출)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사실상 증권사가 은행과 동일한 업무를 하게 됨으로써 자본시장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오는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투증권 제재를 확정할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투증권에 대한 중징계가 확실시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경우 이번 사안은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 나아가 SK그룹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업계는 당국의 취지나 논리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이번 건이 남길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에서 초대형IB와 단기금융업이 처음 시도되는 과도기”라고 전제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관행’이 복잡하게 엮여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당국이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를 내린다면 사업 전체가 위축됨은 물론 초대형IB에 대한 증권사들의 메리트도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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