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8일 '수평적 호칭제' 등 조직 혁신안 발표
여명 "그렇게 수평 좋으면 교육감 월급부터 줄여라" 일갈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여명 서울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혁신안에 대해 “그게 혁신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혁신안은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이나 교사들에게 반바지, 샌들 등을 허용하고 청사 내 회의 공간에 쇼파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익명게시판을 운영하고, 학교 구성원 및 교육청 공무원들 간 호칭을 ‘~님’, ‘~쌤’으로 통일하는 ‘수평적 호칭제’도 포함됐다.

여 의원은 10일 논평을 통해 “(이번 혁신안의) 관건은 ‘수평적 호칭제’”라며 “조직 내에서 직책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은 대단한 의전이나 위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업무의 효율과 책임을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 구성원 내에서의 직책명이 해당 인원이 맡고 있는 업무를 최소단위로 알려주며 어느 수준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지 파악하게 해준다”며 ‘수평적 호칭제’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의 진정한 혁신은 교육감이 간섭을 덜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라며 “교육감이 서울교육의 큰 방향과 철학만 제시하고 장학사와 일선 학교의 교사들에게 교육사업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조직혁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 의원은 또 “가만 보면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과 ‘평등’과 ‘자율’이란 용어를 기계적으로만 ‘강제’ 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렇게도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좋다면 교육감부터 월급을 9급 공무원과 통일하라”고 덧붙였다. 

   
▲ 여명 서울시의원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다음은 여명 의원이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희연님, 그게 혁신입니까?>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 혁신안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이나 교사들에게도 반바지, 샌들 등을 허용하고 ‘스마트한 회의’를 위해 청사 내 회의 공간 쇼파를 없앤다고 한다. 익명게시판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중 관건은 학교 구성원 및 교육청 공무원들 간 호칭을 ‘~님’, ‘~쌤’으로 통일하는 일명 ‘수평적 호칭제’다. 이 혁신안에 따르면 학생들도 교사들에게 선생님이 아닌 영어이름이나 별명, 혹은 00님(이름)이라고 불러야 한다. 조 교육감 본인부터 청사 내에서 그런 호칭으로 불리길 원한다니 본 의원도 조 교육감을 맞닥뜨릴 때마다 ‘희연님, 조직개편 잘 되가는지요?’, 혹은 ‘조쌤께 질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조직 내에서 직책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은 대단한 의전이나 위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업무의 효율과 책임을 위해서다. 조직 구성원 내에서의 직책명이 해당 인원이 맡고 있는 업무를 최소단위로 알려주며 어느 수준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지 파악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직책명이나 사업명이 유별나게 형이상학적이어서 (예컨대 장애학생을 담당하는 ‘인권옹호관’이란 직책명이라든지, 공영형 유치원을 지칭하는 더불어키움 사업명이라든지.) 교육청 공무원들도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인데 직급 표기마저 없으면 어쩌려고 하나.

일선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칭을 –쌤, 00님으로 통일하는 것은 학교에서 교장을 없앤다는 것과 다름없다. 가뜩이나 교권의 추락으로 교사들의 학생에 대한 학습지도권이 상당 부분 무너진 상황이다. 오죽하면 유명 학원 강사 유튜브 채팅창에서는 청소년이 “면학 분위기를 위해 체벌을 부활해주세요” 하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오겠나. ‘매 맞는 교사’가 심심찮게 뉴스에 보도되고 있는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주는 최소한의 권위마저 사라진다면 대체 우리 공교육은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

여론이 ‘예상외로’ 거칠었는지 서울시교육청은 슬그머니 ‘학생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해명자료를 내며 번복 했다. 고민은 하고 낸 혁신안인지 의문이 든다. ‘조쌤’의 많은 정책들이 이런 식이다.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며 현실적이지도, 본질적인 것도 아니면서 언론이 좋아하는 이벤트성 정책들을 고민 없이 남발한다. ‘학교 밖 청소년 기본수당’ 이 그랬고 ‘두발 자유화’를 공론화랍시고 무슨 대단한 의제인 양 던진 것도 그러했다. (그런데 찬반 논란이 있는 자사고 폐지나 혁신학교 지정은 또 교육감 뜻대로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러니 일부에서 조 교육감을 ‘교육감이 아니라 정치감’ 이라고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의 진정한 혁신은 교육감이 간섭을 덜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교육감이 서울교육의 큰 방향과 철학만 제시하고 장학사와 일선 학교의 교사들에게 교육사업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조직혁신이다. 가만 보면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과 ‘평등’과 ‘자율’이란 용어를 기계적으로만 ‘강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도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좋다면 교육감부터 월급을 9급 공무원과 통일하라. 
   
2019. 1. 10.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 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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