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키르기스스탄전 결승골의 주인공은 공격수가 아닌, 한국대표팀 수비의 새로운 기둥 김민재(23·전북 현대)였다.

한국은 12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키르기스스탄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고, 후반에는 황의조(2번)와 황희찬이 슛이 잇따라 크로스바를 맞는 불운이 겹치며 힘겹게 거둔 승리였다.

그나마 김민재가 터뜨린 헤더 골이 아니었다면 끔찍할 뻔했다. 김민재는 천금같은 결승골로 A매치 데뷔골 신고를 했다.

   
▲ 골을 넣은 김민재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민재는 김영권과 짝을 이뤄 한국의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맨투맨 수비, 상대 패스 차단 등 수비 면에서는 늘 그렇듯 든든했다. 가끔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실수를 범하기는 했으나, 전반전 한국 선수들이 대체로 패스워크가 좋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우세한 경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찬스에서 결정력을 보이지 못해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구자철의 예리한 중거리슛은 골키퍼에게 걸렸고, 황의조가 감아찬 회심의 슛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이청용이 구자철의 크로스로 완벽한 골 찬스를 잡았으나 달려들며 찬 볼은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넘고 말았다.

전반을 무득점으로 끝내는가 했던 순간, 김민재가 멋진 헤더 한 방으로 한국에 첫 골을 안겼다. 전반 42분 코너킥 찬스에서 홍철이 다소 짧고 강하게 올린 볼을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니어 포스트로 뛰쳐나간 김민재가 머리로 슬쩍 방향을 바꿔놓으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꽂아넣었다. 

김민재가 A매치 14경기 출전 만에 데뷔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민재는 수비 외에도 할 일이 있다. 신장 190cm인 김민재는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최장신이다.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184cm)는 머리보다는 발재간이 훨씬 능하고, 지동원이 188cm로 큰 편이지만 교체 멤버다. 공격 2선의 황희찬(177cm) 이청용(180cm)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코너킥 등 세트 피스 상황에서 제공권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은 오히려 장신 수비수인 김민재와 김영권(186cm)이다.

김민재는 이런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꼭 필요한 순간 자신의 A매치 첫 골로 한국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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