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중국 축구(주로 중국 축구팬)의 한국을 향한 도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맞대결을 앞두고, 중국이 한국을 이번에 또 이길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신이 난 모양새다.

한국과 중국이 16일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맞붙는다. 조 1위 결정전이다. 한국과 중국은 2차전까지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동반 16강행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조 1위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중국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에 2-1, 필리핀에 3-0으로 이겼다. 5골을 넣고 1골을 내줘 골득실 +4다. 한국은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에 모두 1-0으로 이겨 골득실 +2다. 중국은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차지하고, 한국은 중국을 이겨야만 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

중국이 기고만장해진 것은 이런 2차전까지의 결과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3골이나 넣고 이긴 필리핀을 상대로 한국이 고전하며 1-0으로 간신히 이긴 것이 '상대적 비교'에서 중국에 상당한 자신감을 안겼다.

   
▲ C조 예선리그에서 나란히 2연승을 거둔 한국과 중국. 16일 두 팀은 조 1위를 놓고 맞붙는다.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또한 중국이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것이 최근 전적이다. 한국과 중국의 A매치 역대 전적은 18승 13무 2패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다만, 최근 두 경기 전적만 놓고 보면 중국이 1승 1무로 우위다. 2017년 3월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 홈경기에서 한국은 0-1로 졌다. 또 2017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2-2로 비겼다.

최근 2년간 두 경기를 치러 한국에 져본 적이 없는 중국이니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겠다.

그렇다면 한국대표팀은 중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떨고 있을까. 전혀 아니다. 한국 축구팬들은 중국전 결과를 걱정하고 있을까. 이 역시 아니다. '중국이 언제 축구 잘한 적이 있었나', '어쩌다 한 번 한국 이겨봤다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정도의 반응이다.

물론 중국 축구는 최근 수 년간 많이 달라졌고 성장했다. 슈퍼리그 활성화로 축구 토양이 다져졌으며 세계적 명장 리피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래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발굴했다. 실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을 이겨보기도 했다.

발전 단계에 있는 중국이 언젠가는 한국에 위협적인 상대가 되고, 또는 한국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출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아시아 몫 티켓이 늘어나 본선 무대를 한 번 밟아본 중국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과거에 얽매어 현재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비교해 봐도 한국과 중국은 분명 격차가 있다. 중국 언론이나 팬들은 이번 중국대표팀의 간판 스타인 우레이를 한국의 손흥민과 비교하곤 한다. 한국 축구팬들에겐 그저 우스갯소리로 들릴 뿐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대표팀이 현재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성용 이재성이 부상을 당해 중국전 출전이 힘들고 이용은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을 쉬어야 한다. 소속팀 토트넘 경기에 출전하고 14일에야 대표팀에 합류한 에이스 손흥민은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대표팀은 더욱 신중한 자세로 정신 무장을 하고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하고 중국전에 나서야겠지만 이길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

벤투 감독은 중국전 필승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매체들이 이번에 한국을 도발하면서 가장 많이 꺼내는 '약올리기 카드'가 리피 감독과 벤투 감독의 비교다. 심지어 벤투 감독이 잠깐 경험했던 중국 클럽 감독 시절 얘기를 꺼내며 '슈틸리케보다 벤투가 못하다'는 도발도 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약 이번에 한국이 중국에 패하면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혹독해질 수 있다.

축구팬들이 이번 중국전에서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조금은 기고만장해진 듯한 중국에 이쯤에서 '공한증'을 다시 한 번 안겨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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