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초청에 대통령 “대규모 투자로 공장연구소 짓는다면 얼제든지 가겠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청와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5일 4대그룹을 포함한 130여명의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업인과의 대화를 끝낸 뒤 소수의 기업인들과 경내를 산책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본관을 지나 불로문, 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약 25분간 걸으면서 현안을 주고받으면서도 허심탄회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의 산책에 동반한 사람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다. 이들은 모두 커피가 든 보온병을 들고 경내를 돌았다.

먼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날 미세먼지 날씨를 감안한 듯 “삼성 엘지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합니다”라고 대화를 시작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공부를 더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습니다”라며 “미세먼지연구소는 엘지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요”라고 말했다,

이어 구광모 회장이 “그렇습니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서정진 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라고 말해 모두 함께 웃었다.

다시 서 회장이 “대통령님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습니다”며 “그런데 전문가들은 약을 잘 안먹습니다. 부작용 때문에요.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거라서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겁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회장을 바라보며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입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이때 이재용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면서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고, 최태원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라고 말을 받았다. 그러자 이 부회장이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면서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라며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이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라고 답했다.

서정진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정도밖에 못합니다”라며 “저희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는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헬스케어산업이 가장 큰 산업입니다.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씁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합니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하죠”라고 말해 또 한번 모두 웃었다. 

산책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녹지원에서 기업인들과 악수를 나눈 뒤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으로 들어갔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정은 회장과 악수하면서 “속도를 내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