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늘(16일) 밤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과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을 벌인다.

조 1위 결정전이다. 한국과 중국은 2차전까지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동반 확정한 상태다. 이날 맞대결을 통해 조 1, 2위를 가리게 된다. 골득실 +2인 한국은 중국을 반드시 꺾어야 1위에 오르고, 중국은 골득실 +4여서 비기기만 해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조 1위와 2위는 향후 토너먼트에서 차이가 크다. 조 2위로 밀리면 8강전에서 이란, 4강전에서 일본 등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고, 조 1위면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날 수 있다. 경기 장소도 조 2위는 이동이 많은 반면 조 1위는 8강전까지 숙소와 훈련장 시설이 좋은 아부다비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 중국전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호에게 이번 중국전은 첫번째 시험대라 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난해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대표팀은 좋은 흐름을 이어왔다. A매치 평가전을 통해 강호들과 만나서도 선전을 펼치며 6경기 무패(3승 3무) 행진을 벌였다.

59년만의 우승이라는 숙원을 안고 참가한 이번 아시안컵. 한국은 예상대로 조별리그 2연승을 거두며 16강행을 조기 확정했다. 중국도 가볍게 이기고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한다는 것까지가 예정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다소 일찍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중국전 승리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벤투호가 자초한 일이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약체들을 상대로 잇따라 1-0, 한 점 차로 이긴 것은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그 결과가 현재 조 2위로 나타났고, 중국을 이겨야만 조 1위를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손흥민의 지각 합류로 에이스 없이 두 경기를 치렀고 기성용, 이재성은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2차전은 뛰지 못했다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첫 시험대에 오르는 한국에 반가운 일이 있다. 손흥민이 드디어 가세한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오후 영국에서 UAE(아랍에미리트)로 날아와 대표팀에 합류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중국전에 손흥민이 출전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14일 새벽 소속팀 토트넘 경기에 풀타임 출전하고 곧바로 장거리 이동한 손흥민이다. 하루밖에 쉬지 못하고 경기에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손흥민은 강행군이 익숙하다며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벤투 감독은 경기 하루 전 15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전 직전에야 손흥민의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전은 손흥민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아니 손흥민이 안뛰더라도 이겨야 한다. 그게 첫번째 시험대에 오르는 벤투호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중국전에 손흥민이 결장하고 한국이 비기거나 패해 조 2위로 밀린다. 그렇지만 한국은 16강 토너먼트부터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해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정상에 오른다.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런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축구대표팀은 벤투호가 아니라 '손흥민호'가 되고 만다. 손흥민이 있고 없고는 분명 대표팀 전력을 좌우할 중요 요소이긴 하지만, 특정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표팀을 결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벤투 감독이 해야 할 일이 바로 누구를 출전시키든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고, 이번 중국전부터 필승 전략을 구상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표팀 간판 골잡이로 자리를 굳힌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고, 황희찬은 마무리 과정에서 계속 아쉬움을 남겼지만 저돌적인 움직임은 발군이었다. 이청용도 과거 기량을 회복했고 몸이 근질근질할 이승우도 출격 대기하고 있다. 중국쯤은 얼마든지 요리할 태극전사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대표팀이다.

한국은 오늘 중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지만, 사실상 토너먼트는 시작된 셈이다. 토너먼트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팬들이 바라는 바도 승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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