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극적으로 아시안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16강행 막차를 탔는데 또 다른 의미의 '박항서 매직'이었다.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조별리그가 모두 끝났고 16강 진출 팀이 가려졌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손에 쥔 팀이 바로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D조에 속해 1승 2패(승점3)를 기록하고 골득실차 -1(4득점, 5실점)로 조 3위를 차지했다. 6개조 1~2위 12팀과 3위 가운데 상위성적 4팀이 16강에 올라가기 때문에 베트남은 다른 조 3위팀들과 성적을 비교해야 했다. 3위팀들의 순위는 승점-골득실차-다득점-페어플레이 점수 순으로 가리게 되어 있다. 

   
▲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A~D조 경기가 끝났을 때까지 베트남은 4개 3위팀 가운데 3위였다. A조 3위 바레인이 승점 4점으로 1위, C조 3위 키르기스스탄이 승점 3에 골득실 0으로 2위였고 베트남이 그 다음 순위였다. B조 3위 팔레스타인은 승점 2밖에 안돼 탈락 확정이었다.

베트남은 17일 밤에서 18일 새벽 사이(이하 한국시간)에 열린 E, F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두 조 3위 가운데 한 팀만 제쳐도 되는 상황.

경기는 17일 밤 10시 30분 F조부터 먼저 열렸다. 2패를 안고 있던 오만이 투르크메니스탄을 3-1로 꺾었다. 이로써 F조 3위 오만은 승점 3점에 골득실차 0이 되면서 베트남보다 성적이 앞서 16강 티켓을 얻었다.

이제 베트남은 마지막으로 남은 E조 결과에 희망을 걸어야 했다. 나란히 2패를 안고 있던 레바논과 북한의 경기에서 E조 3위가 결정됐다. 레바논은 골득실 -4, 북한은 -10이었다. 결과는 레바논의 4-1 승리. 북한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레바논이 이후 4골을 몰아넣으며 역전승했다.

레바논은 승점 3에 골득실 -1, 4득점 5실점으로 베트남과 성적이 똑 같아졌다.

결국 베트남과 레바논은 '페어플레이 점수'로 16강 진출-탈락의 운명을 갈라야 했다. '페어플레이 룰'로 불리는 페어플레이 점수란 조별리그에서 받은 경고 수를 따지는 것.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이 바로 이 페어플레이 룰 덕에 세네갈을 제치고 16강 진출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경고 5장을 받았고, 레바논은 7장을 받았다. 이렇게 베트남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졸이다 16강행 막차의 주인공이 됐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각종 대회에서 기적같은 성적을 이끌어왔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영웅이 됐는데, 베트남 국민들이 그를 더욱 존경하는 것은 이른바 '아버지 리더십'으로 불리는 인간미 때문이다.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엄격한 룰에 의한 생활, 동료들은 물론 상대팀에 대한 예의 등을 강조해왔다. 베트남 선수들에게 이식된 박항서 감독의 이런 철학이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매직으로 발휘돼 적은 경고 수로 인한 극적인 16강 진출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더, 베트남의 16강행을 도운 것은 북한의 선전이었다. 북한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0-4, 카타르에게 0-6으로 져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레바논을 상대로 대회 첫 골을 넣었고 4실점으로 버텨내며 3골 차로 패했다. 북한이 골을 넣지 못했거나 레바논에 한 골만 더 내줬어도 베트남은 탈락이었다.     

베트남의 16강 상대는 B조 1위 요르단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박항서 매직이 토너먼트에서는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 기대된다. FIFA 랭킹 109위인 요르단은 조 1위 6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베트남(100위)보다 랭킹이 낮은 팀이다. 두 팀의 16강전은 오는 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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