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이승우 논란'에 직접 해명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에게 특정 선수 기용을 압박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축구협회는 18일 (한국시간) '선수기용과 선발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라는 입장문을 냈다. 아시안컵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이런 입장문까지 낸 것은 이례적이다.

발단은 이승우의 돌출 행동이었다. 지난 16일 열린 한국-중국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 막판 이승우는 교체 출전 준비를 하다가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자 물병을 걷어차고 정강이 보호대를 집어던지는 행동을 했다. 앞선 1, 2차전 두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던 이승우가 중국전에서도 출전이 불발되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한 매체는 벤투 감독이 이승우를 외면하는 데 대한 의혹 제기를 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이 벤투 감독에게 '1분이라도 좋으니 이승우를 출전시켜 주면 안 되냐'는 요구를 했고, 감독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축구협회에 반발해 이승우를 출전시키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했다는 주장이 담긴 보도였다.

   
▲ 이승우가 18일 밝은 표정으로 훈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승우의 돌출 행동이 축구협회와 벤투 감독의 갈등 의혹으로 비화되자 축구협회가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축구협회는 입장문에서 "벤투 감독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직후 첫 미팅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항 중 하나가 선수 소집명단에 대한 전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협회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지지를 하고 있다"고 대표선수 선발 전권을 벤투 감독에게 맡겼다고 밝혀 이번 이승우의 대표팀 대체 선발(나상호 부상 낙마로 인한)이 감독의 뜻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대한축구협회는 감독과 테크니컬팀의 모든 결정을 존중하고 최선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선수선발 및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해 이승우의 기용 여부 역시 감독의 고유 권한이며 협회의 어떤 압박도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축구협회가 이렇게 입장문까지 발표한 것은 대회 기간 중에, 16강 토너먼트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을 둘러싼 잡음이 일어나 팀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이런 발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이승우의 태도는 이미 논란을 일으켰고 축구팬들과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대표팀 분위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대표팀 선배들이 이승우를 다독여주는 말을 하거나 분위기를 수습하느라 애쓴다는 보도도 많이 나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역시 이승우는 그라운드에서의 그런 행동을 자제해야 했다. 김병지 전 국가대표 골키퍼가 "물병 한 번 안 걷어차본 선수 없다"며 이승우를 감싸기도 했지만, 주요 국제대회에 대표선수로 참가해 자신을 기용해주지 않는다고 물병을 걷어찬 것은 개인적인 욕심을 앞세운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축구협회가 입장문 말미에 "현재 축구 이외의 외부적인 것들로 인해 경기, 대회에만 집중해야 하는 팀이 힘들어 하고 있다.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가도 우승을 하기 어려운데, 여러 가지 다른 요소에 에너지를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59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말을 이승우에게도 해주고 싶다. 

"이승우 선수, 한국이 59년 만에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승우가 '협조'할 일은 분명하다. 열심히 훈련해서 출전 준비가 잘 되어 있음을 감독에게 어필하고, 출전 기회를 얻으면 열심히 뛰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선배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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