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청용(31·보훔)이 개인적인 사유로 대표팀을 잠시 이탈했다. 이틀이라는 촉박한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간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이청용 선수가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한국에 다녀오는 것을 요청했고, 파울루 벤투 감독과 상의 후 허락했다"고 전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에 출전 중인 이청용은 현지 시간 18일 밤 한국으로 떠났고 20일 오전 두바이로 돌아와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18일 대표팀 훈련에는 참가했으나 19일 훈련에는 불참하게 됐으며, 20일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대표팀 일정에 합류한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대표 선수가 주요 국제대회 도중 개인 일로 팀을 떠나 한국을 다녀온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축구협회는 이청용의 요청으로 개인적인 사유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청용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이청용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한국행을 허락했다. 축구협회는 오히려 이청용을 만류했지만 벤투 감독이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팀'이기에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이청용은 현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한국이 조별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데 이청용은 상당한 활약을 했다. 3경기 모두 출전해 공격과 수비에서 두루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UAE에서 한국으로 장거리 왕복 비행을 하는 것이 오는 22일 열리는 바레인과 16강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이 선뜻 이청용의 대표팀 이탈을 허락한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 키르기스스탄전에서 활약한 이청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청용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 1, 2차전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실질적인 팀의 리더였다. 손흥민이 아직 합류하기 전이었고, 기성용은 1차전 때 당한 부상으로 결장했다. 대표 경력이 풍부하고 오랜 기간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은 팀의 중심이 돼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다.

이청용은 한국을 다녀오느라 컨디션에 영향을 받아 16강전에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선발 출전이 힘들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표팀에는 많은 다른 대표선수들이 있다. 이청용이 빠지는 상황이 되면 누군가 대신 나서 그가 하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팀' 스포츠란 그런 것이다.

벤투 감독의 배려 덕에 이청용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선수들은 이번 일로 '팀'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청용의 한국 나들이는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이 중국에 져 조 2위가 됐다면 20일 태국과 16강전을 치러야 했고, 이청용은 여동생 결혼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멀리서 마음으로만 축하를 해줘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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