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마주앉기로 결정하면서 북미 간 고도의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까지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경제협력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과 진전된 협상 결과가 필요하다. 재선을 노리고 북한과 핵담판을 벌이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난관에 부딪친 국내정치 돌파구로 북한 문제를 이용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북미 양측 모두 한달여 앞둔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양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 직전까지 치열하게 ‘밀고 당기기’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2차 북미정상회담을 2월 말에 개최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장소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기싸움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난해 6.12 1차 북미정상회담의 경우 처음부터 시간과 장소 모두 발표됐으나 중간에 북한이 회담을 무산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을 감안해 이번에는 미국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시간‧장소와 함께 무엇보다 의제 조율이 중요하고 지난 1차 회담 합의가 모호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1차 회담때 나온 4가지 합의안이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핵신고 리스트 작성으로 시작되는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번 2차 회담은 ‘일부 대 일부’를 주고받는 식의 ‘스몰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꾸준히 요구해온 대북제재 완화와 미국이 최근 언급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처리 및 핵동결 조치가 어떤 내용으로 조합을 이뤄 합의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ICBM 처리나 핵동결을 소기의 성과로 거둔 뒤 북한과 핵협상을 이어가지 못할 경우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연합뉴스


신범철 센터장은 “이번 북미 협상은 ICBM을 포함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미국의 용인을 의제로 올려서 시작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국의 대폭적인 제재완화를 노린다면 ICBM 폐기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의제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검증,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 및 검증, 영변 핵실험장 폐기 및 검증, 모든 핵‧미사일 활동 동결, ICBM 폐기 등이다. 여기에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개성공단 재개 및 금강산관광 재개 용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대북 원유수출 제한선 높이기 등이다.   
 
신 센터장은 “이 모든 의제가 한꺼번에 합의된다면 빅딜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각 의제를 어떻게 조합해서 합의를 이룰지 여부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령 북한이 이미 폐기했다고 주장하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에 대한 검증만 받겠다고 할 경우 미국은 인도적 지원과 연락사무소 설치 수준으로 딜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영변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하고 검증받겠다고 할 경우 미국은 위에 언급된 7가지 조건을 모두 들어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ICBM 처리가 합의되더라도 일부 조치가 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일부 분야 혹은 일부 장소에 대한 조치가 합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가령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부분적 신고와 불능화 및 폐기 과정 중 어느 한 단계를 마무리 짓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ICBM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며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용인에 남북간 착공식을 마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2월 말까지 북미 간 집중적인 실무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고, 양국이 제시한 의제가 어떻게 조합될지 결론이 나겠지만 무엇보다 합의된 사항은 비가역적 조치로 마무리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이번에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을 포함해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수준의 의제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ICBM 역시 생산 중단 수준으로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ICBM 폐기는 과거핵에 해당하는 것으로 과거핵 처리는 북한이 협상 마지막 단계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아직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미국은 극히 제한적인 제재완화 조치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으며, 가령 인도적 지원과 미 국민들의 방북 허용, 연락사무소 개설과 대북 원유수출 제한 한도를 올려주는 조건도 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톡홀름 회담에 대해서는 국제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소속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나란히 참석한 것으로 상견례하고 탐색전을 벌이는 정도로 그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회의에 원래 참석할 계획이 없던 비건 대표가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함께 김영철 부위원장을 함께 만난 뒤 부랴부랴 스웨덴에 합류한 만큼 두 사람이 별도 테이블에 마주앉을 경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최선희 부상과 비건 대표가 회담을 벌여 쌍방의 의제를 재확인하고, 다음 회담 날짜를 잡는 식으로 실무협상의 틀만 유지하더라도 성과가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만약 최선희 부상이 스톡홀름 체류를 연장한다면 스톡홀름에서 본격 협상이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제재완화를 강력 요구하고 있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미국이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점에서 가장 큰 난관이다. 이 때문에 최근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해 ICBM 폐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18일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확장 능력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말해 ‘동결’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럴 경우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어서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