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베트남-일본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대회 최다우승국 일본과 준결승에도 한 번 못 올라가본 베트남의 맞대결을 '빅매치'라고 부르는 이유,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 20일 열린 16강전에서 요르단을 만나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일본은 21일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물리치고 베트남의 8강전 상대로 결정됐다.

당연히 일본의 우세가 점쳐지는 경기다. 일본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세대교체로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듣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우승후보다. 아시안컵에서 4차례나 우승해 최다 우승국 타이틀도 보유했고, 이번에 5번째 우승을 노린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1승 2패, 조 3위로 16강행 막차를 탔다. 16개국이 출전했던 2007년 대회 8강 이후 12년만에 8강까지 올라와 처음 준결승 진출을 노린다. FIFA 랭킹도 일본이 50위, 베트남이 100위로 격차가 크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박항서 매직'이 있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팀을 8강에 올려놓으며 기본적인 목표는 달성했다. 이번 일본전은 베트남 축구와 박항서 감독에게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박항서 감독은 불과 5개월 전에 일본과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을 꺾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19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에서였다. 당시 베트남은 일본을 1-0으로 누르고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결국 4강이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물론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은 다른 팀이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23세 이상 와일드카드 3명까지 출전 가능)하는 아시안게임과 달리 아시안컵은 A대표팀이 나선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23세 이하도 아닌 21세 이하 대표팀을 출전시켰다. 2020 도쿄올림픽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이번 아시안컵 베트남 대표팀에는 아시안게임 출전 멤버가 상당수 포함돼 있지만 일본 대표팀은 아예 다른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같은 점이 있다. 사령탑이 박항서 감독과 모리야스 감독이라는 것은 그대로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총괄 사령탑을 맡았다. 지난해 여름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감독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겸했다.

결과적으로 두 감독 모두 아시안게임에서는 성공을 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4강까지 올려놓았고, 모리야스 감독은 21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고도 결승까지 진출시켰다. 일본은 한국과 결승전에서도 선전을 펼쳤으나 연장 끝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모리야스 감독의 일본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 패한 것이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한국이었다는 점이 공교롭다.

8강에 오르며 이미 '박항서 매직'의 또 하나 성공사례를 만든 베트남이 일본마저 꺾는 대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까. 박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8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다.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전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일본은 정교하고 패스가 뛰어나다"고 상대적 약세를 인정하면서도 "한 번 도전해보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던졌다.

모리야스 감독은 "베트남은 수비가 강하고 공수 조율이 좋다"면서 "감독도 능력이 좋고 경험이 많다"고 특히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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