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심 촉각…'경제성·타당성 제로' 돈 뿌리기에 국민혈세 허비 우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별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선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방자치단체 민심은 다음주 초로 예상되는 면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는 지난 1999년 국책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번 면제 발표로 비용 대비 효과 등 경제성이 없는 '돈 뿌리기'에 국민 혈세가 허비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타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가예산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신규 사업에 적용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3조의 규정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 주관으로 실시하는 사전 타당성 검증평가다.

관건은 앞서 SOC 낙수효과를 부정했던 정부가 투자를 단행하고, 각 시도가 예타 면제로 총사업비 최대 61조 2500억원을 넘는 33개 사업을 신청해 '나눠먹기식' 선심정책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그렇게 비판하던 이명박정부 4대강 사업비(22조원)의 3배에 달한다.

예타는 당초 재정사업 신규투자를 우선순위에 입각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정부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예타 면제 선정을 통해 각 광역단체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숙원사업을 해결할 기회로 보고 있다.

지역 여론을 의식해서 오래된 현안(인천 평화고속도 사업·경기 지하철7호선 연장·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충남 수도권전철 연장·충북 중부고속도로 확장·대구 도시철도3호선 연장·강원 제2경춘국도·경남 서부경남KTX 등)을 각각 신청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좌측)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역별로 1건 정도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일 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예타 면제 사업이 늦어도 다음주 초반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지역경제인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때문에 늦어지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면제 트랙을 봐야 한다. 지역균형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중요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예타를 통과해도 조사신뢰성 문제나 잘못된 수요예측이 발생해 적자를 이어가는 사업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이번 면제 선정은 그조차 회피하겠다는 말이다.

결국 예타 면제 선정은 경제적 효과 없이 정치적 계산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맺는 거대한 담합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세계은행 등 유수의 국제기관들이 공공투자관리제도 우수사례로 소개하는 예타는 나라 곳간을 지키는 파수꾼이지만,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면제 선정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지 우려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약탈이 정부 공공성,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눠주기식 면제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