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박경수(35·KT 위즈)가 두번째 FA 계약에서 몸값 불리기에 성공했다. 

박경수는 지난 21일 원소속팀 KT와 3년간 총액 26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 인센티브 최대 6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4년 전 첫번째 FA 자격을 획득해 LG에서 KT로 이적할 때보다 몸값이 많이 올랐다. 2015 시즌을 앞두고 박경수는 KT와 4년간 총액 18억2000만원(계약금이 7억원, 연봉 2억3000만원, 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했다. 

이번 두번째 FA 계약에서 기간은 4년에서 3년으로 줄었지만 연봉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인센티브도 껑충 뛰었다. 이는 순전히 박경수가 KT로 이적한 후 좋은 성적을 내며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 박경수가 KT와 FA 계약을 하고 이숭용 단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KT 위즈


박경수는 2003년 LG에 1차지명돼 입단하며 유망주로 주목 받았지만 2014년까지 12년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12년(1군 10시즌) 통산 타율이 2할4푼1리(2528타수 609안타)였고, 43홈런, 246타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KT에서의 지난 4년간 그는 타율 2할8푼(1742타수 487안타)에 82홈런, 293타점을 기록했다. 한 마디로 괄목상대였고, 이런 빼어난 성적을 내세워 이번에 두번째 FA 계약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박경수가 LG에서는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다 KT에서 성공시대를 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부 팬들은 '탈LG 효과'를 거론하기도 한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된 동기부여도 한몫 했을 것이다.

박경수의 예를 통해, 다시 한 번 FA 등급제 도입의 필요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 FA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총 15명이 FA 자격을 획득해 지금까지 6명만 계약했다. 모창민(NC), 최정, 이재원(이상 SK), 박용택(LG), 박경수(KT)는 원소속팀에 잔류했고, 양의지만 두산에서 NC로 이적했다. 양의지의 경우 워낙에 이번 FA 선수들 중 최대어로 꼽힌데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까지 더해져 이적이 성사됐으나, 다른 선수들은 이적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적할 경우 보상 문제가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다른 팀 소속 FA 선수를 데려올 경우 직전 연봉의 300%, 또는 직전 연봉 200%와 보상선수(보호선수 20인 외)를 원소속팀에 내줘야 한다. 보상 금액도 적잖은 편이지만, 보상선수가 최대 걸림돌이다. 보호선수 20인 외라고 해도 붙박이 1군급이나 유망 신예가 포함될 수 있다. FA 계약에 거금을 쓰고, 보상금에 보상선수까지 내주는 데 대한 부담이 결코 적지않다.

박경수가 4년 전 KT로 이적할 때, 그는 대형 FA 선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KT가 선뜻 박경수를 데려갈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신생팀이어서 보상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박경수의 이적 때 KT는 롯데 소속이었던 김사율과 박기혁도 FA 계약해 데려왔다.

이번 FA시장에서, 최근 활약상과 앞으로의 기대치를 따져보면 박경수나 김사율, 박기혁보다 더 좋은 FA 자원이 많다. 그럼에도 FA 이적이 얼어붙은 것은 일괄적으로 책정된 보상 규정 때문이다.

박경수는 FA 이적을 통해 드디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됐고, 성공 신화를 썼다. 신생팀 KT가 1군 리그에 처음 진입할 때 마침 FA 자격을 획득한 것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앞으로 FA 이적을 통해 박경수처럼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몸값을 불릴 선수가 또 나올까. 지금과 같은 FA 제도면 힘들다. 양의지처럼 대어가 아닌 준척급 이하로 분류되는 FA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고, 팀의 취약 전력을 FA 영입으로 보강하려는 팀들이 좀더 쉽게 계약을 하려면, FA 제도 자체를 손질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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