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바레인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쉽게 이길 줄 알았던 경기를 천신만고 끝에 승리해 실망감을 안겼지만 골 세리머니는 감동적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막툼 빈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19 아시안컵 16강전에서 2-1로 이겼다. 

한국은 전반 황희찬이 터뜨린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바레인의 로마이히에게 동점을 내줬다. 90분동안 1-1로 승부를 내지 못한 한국은 연장전 전반 추가시간에 터진 교체멤버 김진수의 헤딩 결승골로 힘겹게 8강 티켓을 따냈다.

황희찬이 전반 선제골을 넣고 나서 한껏 포효를 한 후 따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황인범과 나란히 서서 각각 손가락 '10'개와 '6'개를 펼쳐 보였다. '16', 바로 기성용의 등번호였다.

   
▲ 선제골을 넣은 황희찬과 연장 결승골을 넣은 김진수가 '기성용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연장전에서 김진수가 멋진 헤딩골로 2-1 리드를 안기는 결승골을 터뜨린 후 그는 누군가의 유니폼을 펼쳐 보였다. 기성용의 유니폼이었다.

기성용은 이날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던 기성용은 부상 회복이 되지 않아 대표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기성용은 바레인전 하루 전인 21일 소속팀 뉴캐슬 복귀를 위해 영국으로 돌아갔다.

대표팀 동료들은 부상으로 아쉽게 팀을 떠난 기성용을 위해 이날 골을 넣자 모두 '기성용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김진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선수들 사이에 미리 골을 넣을 경우 기성용 선배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고 알렸다.

세리머니 자체만 놓고 보면 감동적이었다. 황희찬은 대회 1호골을 멋진 선제골로 장식했고, 후반 5분 홍철 대신 교체 투입된 김진수는 꼭 필요할 때 깜짝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대회 중 대표팀을 떠나야만 했던 기성용의 마음을 헤아려 그를 위한 세리머니를 보내줬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성용의 빈자리는 더 커 보였다. 기성용이 부상 당하지 않고 이날 바레인전에 출전했다면? 단언컨데 한국은 훨씬 쉽게 바레인을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성용이 해오던 역할을 맡은 황인범이 열심히 뛰며 나름 중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기성용만큼 해내기에는 아직 기량이 부족했다. 기성용이 있었다면 한국은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 골을 더 넣고 쉽게 역습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성용의 존재감은 그가 없으니 더욱 크게 다가왔다.

'기성용 세리머니'로 보여준 대표팀의 동료애에는 엄지척을 해줄 수 있지만, 이날 바레인전에서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앞으로 기성용 없이 헤쳐나가야 할 8강 이후 우승 도전길이 만만찮을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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