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중동 모래바람을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처음 만난 중동팀과의 경기서 고전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열린 바레인과의 2019 아시안컵 16강전에서 2-1로 이겼다.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오르긴 했지만 쉽지 않은 경기였고, 연장까지 120분간 접전을 벌여 체력 소모도 많았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한국이 손쉽게 요리했어야 할 바레인이었다. 한국은 C조에서 3전 전승(4득점 무실점) 조 1위를 한 팀이고, 바레인은 A조에서 1승 1무 1패(2득점 2실점)로 UAE와 태국에 뒤져 조 3위로 16강에 오른 팀이다. FIFA 랭킹도 한국이 53위로 113위의 바레인보다 훨씬 높고, 역대 맞대결에서도 한국이 10승 4무 2패로 압도적인 우위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중동팀을 상대하면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는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만나 중동팀과는 한 번도 맞붙지 않았다.

바레인은 전력 열세를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버터냈다. 전반에는 좌우 측면 수비를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중앙에 두터운 이중 벽을 쌓아 한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역습 때는 빌드업을 생략한 채 한 번에 전방으로 롱패스를 해놓고 개인 능력에 맡겨 슛까지 연결하는 작전을 폈다. 한국은 이런 바레인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고, 바레인의 역습에 몇 차례 위험한 순간을 겪다가 동점골까지 내줬다.

   
▲ 한국과 카타르가 각각 바레인, 이라크를 꺾고 8강전에서 만나게 됐다.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또한 바레인 선수들은 교묘하게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경합을 하면 몸싸움 과정에서 심판 눈을 최대한 속이며 손이나 팔꿈치로 가격하거나 슬쩍 밀기를 일삼았다. 한국 에이스 손흥민은 이날 몸이 다소 무거워 보이기도 했지만 바레인 수비들의 방해에 뒤로 밀려나거나, 수비가 붙기 전에 패스나 드리블을 하려다 실수가 잦아졌다.

전반 43분 황희찬의 선제골은 한국다운 공격의 결과물이었다. 손흥민이 가운데서 우측으로 쇄도하는 이용에게 패스를 내주자 이용이 문전으로 예리한 크로스를 했다. 황의조가 잘라먹으러 달려들자 바레인 골키퍼는 황급히 쳐냈고, 흘러나온 볼을 황희찬이 깔끔한 슛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한국이 후반 들어 추가골을 넣지 못하자 바레인에 반격을 당했다. 전진패스에 수비 구멍이 뚫리면서 내준 실점이었다.

동점이 된 후에는 원치 않던 '침대축구'를 봐야 했다. 한국이 맹공을 퍼붓자 바레인 골키퍼 알라위가 계속 드러누웠다. 필드플레이어의 경우 드러누우면 바로 들것에 실려나가고,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 경우 경고도 주어진다. 그런데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라 부상이 발생하면 완전한 치료가 될 때까지 시간을 허용한다.

이런 점을 이용하듯 알라위는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시간을 질질 끌었고 바레인이 1-1 동점으로 연장전까지 끌고가는 데 공(?)을 세웠다. 연장 들어서도 드러누워 시간을 끌던 알라위 골키퍼는 결국 파단으로 교체됐는데 승부차기 대비용으로 보였다. 역시 연장전에 교체 멤버로 투입된 한국의 김진수가 파단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을 호쾌한 헤딩슛으로 뚫으며 결승골을 뽑아낸 것은 그나마 속시원했다.

16강전부터 중동 모래바람에 고비를 맞았던 벤투호. 다음 8강 상대 역시 중동팀 카타르로 결정됐다. 카타르는 이어 열린 경기서 이라크를 1-0으로 물리쳤다.

카타르는 한국이 상대하기에 더욱 버거운 팀이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착실하게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와 예전보다 전력이 많이 상승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별리그 포함 4전 전승을 거뒀고, 11득점에 무실점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강점을 나타냈다.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은 25일 열린다. 이틀밖에 휴식일이 없는데 한국은 16강전에서 연장까지 혈전을 치러 선수들의 체력 회복이 걱정이다. 기성용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소속팀 복귀를 했고, 이재성은 발가락 부상으로 못뛰고 있다.

정상 전력이 아닌 한국이 다시 만나는 중동 모래바람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바레인전에서 무엇이 잘 되고 안됐는지 분석하고 필승 전략을 짜야 한다. 선수들은 힘들겠지만 또 열심히 뛰어야 한다. 꽃길 같았던 토너먼트가 모래바람에 파묻히기 전에 스스로 빠져나오는 방법밖에 없다. 한국이 준결승, 결승에 올라가도 계속 중동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