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09년 1750개에 육박하던 증권사 지점 수가 작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1000개를 하회하게 됐다. 모바일 거래 확대로 증권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증권사들의 지점 통폐합이 올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지점 통폐합이 올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에셋대우는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점포 7개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대상은 일산, 대구, 군산 등에 위치한 지점들이다. 일산의 경우 기존 3개의 점포(일산·일산중앙·화정WM)를 일산WM으로 통합한다. 

   
▲ 주식 시장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비대면 채널 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지점 통폐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56개 증권사들의 전체 지점 수는 998개였다. 10년 전인 2009년 9월 말 1755개에 비하면 43%나 줄어 반토막이 났다. 증권사 지점 수가 1000개를 하회한 것은 최초의 사례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지점 수가 가장 많은 미래에셋은 거의 매분기 빠른 속도로 지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합병 후 중복 점포가 상당수 되기 때문에 정리가 불가피한 것이다. 작년 11월 이후에만 11개 지점이 감소해 현재 미래에셋대우 지점수는 130개 수준이다. 한편 작년 12월 말 기준 KB증권 점포는 97개, NH투자증권은 76개, 한국투자증권 78개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도 2011년 105개였던 지점을 2014년 78개, 2018년 9월 말 51개로 빠르게 줄이고 있다. 대신증권도 당초 115개이던 지점 숫자를 2013년 84개, 2018년 51개로 줄였다.

지점 감소는 증권사만의 일은 아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공통된 현상이자 불가피한 흐름이다. 금융 거래의 대세가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오프라인 지점 전략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비대면 채널 거래 비중은 이미 60%를 넘는 상황이다. 

영업의 패러다임도 과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에서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등으로 옮겨온 상황이다. 이제는 영업 전략상 유리한 위치에 지점을 통합해 대형화 시켜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지점 개수가 중요했던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중요한 거점에 증권사의 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형 지점을 놓는 전략이 주효해졌다”고 짚었다.

올해의 경우 주요 증권사들이 자산관리나 IB에 주력하겠다는 영업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이는 증권사 지점들의 통폐합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 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점들의 통폐합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인력조정 이슈가 불가피하게 거론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조직 내 갈등 가능성을 줄이고 새로운 영업 패러다임으로 부드럽게 이행하는 게 모든 증권사들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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