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오늘(25일) 밤 10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와 2019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59년만의 우승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물론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난 전망은 한국의 우세다. FIFA랭킹이 한국 53위, 카타르 93위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 한국이 5승 2무 2패로 앞서 있다.

   
▲ 사진=AFC 홈페이지


하지만 한국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기성용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나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발가락을 다친 이재성은 24일에야 훈련을 시작해 카타르전 출전이 어렵다. 구자철도 무릎이 좋지 않아 출전이 불투명하다.

주요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앞선 16강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도 실망스러웠다. 카타르보다도 한 수 아래인 바레인을 상대로 시원하게 이기지 못하고 연장까지 간 끝에 2-1로 간신히 이겼다. 90분 안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연장까지 소화하느라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많았고, 이틀의 휴식일밖에 없어 컨디션 회복이 얼마나 됐을지도 걱정이다.

카타르는 예상보다 훨씬 전력이 탄탄한 것으로 드러났다. 4경기를 치르면서 11득점, 무실점으로 강력한 공격력과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당초 우승후보로 지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최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또 하나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중동팀들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침대축구'다. 바레인전에서도 한국은 침대축구를 호되게 경험했다. 1-0으로 앞서가던 한국이 후반 동점골을 내주고 나자 바레인 골키퍼는 큰 부상이 아님에도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다. 노골적으로 연장 및 승부차기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카타르라고 다를 리 없다. 만약 한국이 선제골이라도 내준다면 잔디를 벗삼아 드러눕는 카타르 선수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침대축구를 원천봉쇄하는 방법은 역시 이른 시간 먼저 골을 넣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격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벤투호는 4경기를 치르면서 6골(1실점)을 넣었다. 약팀들을 상대로 골 자체가 많지도 않았는데 그 가운데 절반인 3골을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가 넣었다. 공격수 중 황의조가 2골, 황희찬이 1골을 기록했고 수비수 김민재가 2골, 김진수가 1골을 터뜨렸다.

수비수들이 골을 넣는 것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어차피 상대 팀에게 공격수는 철저한 마크를 당한다. 수비수도 언제든 공격에 가담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온 것이 상대 수비 전략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역시 주된 흐름은 공격수가 시원하게 골을 뽑고, 수비수도 이따금 골을 보태는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그동안 한국 공격진이 골을 많이 뽑지 못한 것은 상대팀들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전방의 황의조와 멀티플레이어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한국 공격진이 살아나야 한다. 황의조가 전방에 고립되지 않으려면, 손흥민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볼을 뒤로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지지 않으려면, 황희찬 이청용 이승우 등 2선 공격진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야 한다. 정우영 황인범 등 킥력이 좋은 미드필더의 적극적인 슈팅도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바레인전 후 단 이틀의 시간 동안 카타르를 격파할 묘책을 찾아냈을까. 감독이 구상한 이기는 작전이 성공하려면 결국 골을 넣어야 하고, 그 주된 임무는 공격진이 안고 있다. 누가 앞장서서 숨죽이고 있던 킬러 본능에 불을 지필까. 축구팬들은 침대축구를 또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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