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연초 증권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라는 새로운 변수를 타고 증권업 지수가 수직상승 추세다. 양도소득세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거래세 폐지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움직임에 속도가 붙으면서 증권주들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식거래에 따른 세금 부담이 줄면 자연스럽게 증시가 활성화되고 증권업종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행 증권거래세는 상장 주식을 팔면서 이익·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주식 매도대금에 0.3%를 부과하고 있다.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세금을 내기 때문에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세금이기도 하다. 

현대판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증권거래세를 폐지해 달라는 요청만 약 140건 올라와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거래세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최고치를 기록한 시점과 연말 시총을 비교하면 약 447조원이 증발했다(코스피‧코스닥 도합 수치).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거래세는 약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1978년 증권거래세가 생긴 이후 역대 최대 액수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증권거래세의 취지는 이미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일본·독일 등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그나마 중국·홍콩·태국이 거래세를 걷고 있지만 세율이 0.1%로 매우 낮다. 대만 0.15%로 국내 거래세의 절반 세율이다.

거래세를 없애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여기에 반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관심을 보이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증권거래세를 5년간 점진적으로 인하해 5년 후엔 완전히 폐지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위 위원장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며 설 연휴가 지난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틀어서 우리 기업들에 생산적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어느 때보다 거래세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장에서는 증권주들이 반응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19개 증권사 주가를 수치화해 만든 증권업종 지수는 이날 1823.64로 마감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권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 8.8% 상승한 상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5.1%)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가장 돋보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종목은 키움증권으로 현재 6.6% 급등한 상태다. 키움증권은 거래세 폐지 이슈 외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테마가 같이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미래에셋대우 4.76%, 한국금융지주 4.51%, 삼성증권 4.55% 등 대형 증권사들의 가치를 반영하는 종목들도 나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증권주들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것도 특징적이다. 

단, 거래세 폐지 이전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양도소득세 정비 문제다. 거래세를 없애는 반대급부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질 경우 증권주들의 가치가 지금처럼 유지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주식으로 손해를 봤을 경우의 거래세는 폐지될지 몰라도 수익이 났을 경우의 소득세 부담이 더욱 커진다면 증시 활성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양도소득세 정비가 동반되어야만 거래세의 대폭 인하 혹은 폐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양도세 부담이 무거워지면 장기·가치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 증권사 실적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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