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망신을 당했고, 축구팬들은 마음을 상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9 아시안컵 일정을 8강에서 끝냈다. 25일(한국시간) 열린 카타르와 8강전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1로 졌다. 59년만에 우승에 도전하겠다던 선수단의 출사표는 일찍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허망한 결과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였던 4년 전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했다. 단순 비교해도 한국 축구의 퇴보다.

8강전 3경기가 치러져 3팀이 탈락했다. 베트남(일본에 0-1 패배), 중국(이란에 0-3 패배), 그리고 한국이다. 결국 한국 축구의 현재 수준은 베트남, 중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를 들어도 할 말 없게 됐다.

한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괜한 자부심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다른 팀들이 한국을 그렇게 봤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컵 본선 단골 멤버, 이번 참가 24개국 중 유일하게 프리미어리그 주전 두 명(손흥민 기성용)을 보유한 팀이 한국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은 '종이 호랑이'였다. 비단 이날 카타르전 결과 때문에 듣는 평가가 아니다.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우승후보다운 속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성적을 보자. 필리핀에 1-0, 키르기스스탄에 1-0, 중국에 2-0. 3전 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스코어였고, 경기 내용이었다.

16강 바레인전에서 어쩌면 8강전 비극이 예고됐는지도 모른다. 한 수 아래라 여겼고, 조 3위로 올라온 상대적 약체 바레인을 맞아 전후반을 1-1로 비기고 연장서 수비수 김진수의 골로 간신히 2-1로 이겼다.

이 바레인전 연장 혈투는 선수들의 체력을 방전시켰고, 이틀밖에 휴식일이 없었던 탓에 카타르전에서는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를 못했다.

한국의 부진과 8강 탈락은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렸던 남태희가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고, 최종엔트리에 들었던 나상호가 부상 낙마하며 대회 직전 이승우로 엔트리 교체됐다. 기성용과 이재성은 중국과 1차전에서 다쳐 이후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황희찬도 바레인전 후 몸상태가 나빠져 이날 카타르전에는 출전하지 못했으며 구자철도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는 와중에 선수들의 몸관리를 책임지는 대표선수단 의무팀 직원 2명이 계약 문제로 대회 도중 떠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부상 예방도, 부상자 관리도, 부상선수가 나왔을 때 대책도 없는 난맥상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과 같았던 손흥민도 이번 대회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했다.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은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며 중국전에서 반짝 활약을 펼쳤다. 영국에서 UAE로 날아와 하루만 쉬고 나선 중국전이었다. 손흥민은 정신력으로 버티며 한국의 두 골에 모두 관여하는 출중한 기량으로 '역시 손흥민'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오버페이스였고 손흥민의 몸은 무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16강, 8강전에서 손흥민은 열심히 뛰며 주장 역할에 최선을 다하긴 했으나 기대했던 몸놀림이나 돌파, 패스, 슈팅, 골을 보여주지 못했다.

에이스의 부진과 함께 8강 탈락의 허망한 결과를 받은 한국 축구. 베트남, 중국의 탈락을 보며 "역시 아직은…"이라고 남의 일로 여겼던 한국 축구팬들에게 한국의 탈락은 "한국도 이제는…"이라는 걱정 한보따리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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