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진그룹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민연금과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각자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물밑 작업’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올해를 주주행동주의의 ‘원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색다른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25일 한진칼과 (주)한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신상정보와 보유주식, 수량, 연락처 등을 기재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주주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제한이 있어 상세한 정보수령, 의견교환을 위한 차원이라는 게 KCGI 측 설명이다. 

   
▲ 사진=연합뉴스


KCGI는 주주들의 이름과 주소, 휴대폰 번호, 이메일과 함께 한진 및 한진칼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주식 ‘보유기간’도 알려달라고 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파악 차원이라기보다는 올해 3월 예정된 한진그룹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행 법규상 의결권 위임은 주총 2주일부터 가능하다. KCGI가 이메일을 보낸 것은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 ‘리스트’를 확보해 의결권 위임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에서는 한진그룹 경영진 해임을 비롯한 신규이사 선임, 정관변경 같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결과를 받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10%룰의 예외적용이 가능한지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10%룰’은 국민연금처럼 단순투자목적인 주주들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7.3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KCGI와 연대하면 10% 룰과 무관하게 경영권을 압박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는 주주제안을 통해 주총 안건 상정을 할 수 있다. 이사회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주총의 목적사항으로 접수해야 한다.

KCGI는 한진칼과 한진 지분을 각각 10.08%, 8.03% 보유한 주요주주이며, 국민연금과 연대하지 않아도 주주제안을 통한 안건 상정을 할 수 있다. 한진그룹에 대해 공격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만큼 조양호 회장 해임 등 민감한 안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경우 조 회장 측이 지분 28.93%(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표 대결에서는 한진 측이 유리하지만 만약 3자 연대(KCGI+국민연금+소액주주)가 이뤄질 경우 표 대결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한진그룹 주주총회에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짚으면서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봤을 때 올해는 주주행동주의의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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