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2017년 도입된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 시행 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의 보고서에서 ‘매도’ 비율은 여전히 0.1%에 불과했다. 또 보고서에서 제시한 목표주가와 대상기간 실제 주가와의 차이 비율(괴리율)은 오히려 커진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9월 목표주가·실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도입하며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목표주가 괴리율’이란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에서 제시한 목표주가와 대상기간 중 실제 주가와의 차이 비율을 의미한다. 괴리율이 클수록 실제주가에 비해 목표주가를 높게 설정해 ‘매수’ 의견을 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 보고서들 다수가 실제보다 목표주가를 상당히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2017년 9월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시행한 이후 시행 전 1년 간(2016년 9월 ~ 2017년 8월) 18.7%였던 목표주가 괴리율은 시행 후(2017년 9월~2018년 8월) 오히려 20.6%로 악화된 모습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 중 교보증권(27.9%), 키움증권(23.2%), 하나금융투자(22.7%), 미래에셋대우(21.5%), 메리츠종금증권(21.0%), 한국투자증권(20.8%) 등이 제도 개선 후에도 20%가 넘는 괴리율을 나타냈다.

제도 시행 전후 1년 간 발행된 총 리서치보고서의 매도 의견 비율(2%)과 매수 의견 비율(76%)은 그대로였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이 현저히 낮은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의 제도 개선 전과 후 ‘매도’ 비중은 0.1%로 동일했다. 외국계는 13% 수준을 똑같이 유지해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국내와 해외 증권사의 이와 같은 분위기 차이는 ‘구조적’인 데서 비롯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는 모두에게 공개되다 보니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에서도 리서치에 모든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 증권사 보고서의 경우 사적인 자료이거나 유료 공개다 다수이다 보다 명징한 의견 피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증권사와 분석 대상 기업 간에 형성된 묘한 거래관계 역시 객관성을 훼손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특유의 정서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기업에서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일도 빈번하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4자가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가 2017년 8월 발족됐지만 작년 3분기 말까지 이 위원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위원회가 있어도 여기에 신고를 하려는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작년 상반기 규정을 바뀌었어도 굳이 현재의 상황을 바꾸려는 업계 내부의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다수 증권사들은 기업분석 리포트에 대한 신뢰성 제고 취지에는 적극 동의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수‧도 의견을 포함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하고 싶지 않은 애널리스트는 단 1명도 없을 것”이라면서 “넓게 보면 이번 제도 역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업계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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