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선관위 “황교안 전대 출마 가능”…비대위 의결 남아
[미디어펜=김동준 기자]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같은 날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 자격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황 전 총리는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국당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맹폭했고, 다음 총선에서의 승리는 물론 정권 탈환까지를 목표로 삼겠다고도 공언했다.

황 전 총리는 특히 당내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당직 인선부터 탕평의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겠다”며 “대권 후보를 비롯한 당의 중심인물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합 정책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확고한 원칙이 외연 확대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며 자신을 둘러싼 탄핵·친박 프레임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도 내비쳤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과의 보수대통합과 관련해서는 ‘헌법가치’에 대한 뜻만 같다면 함께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소위 태극기세력을 두고서도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오도록 헌신하고 봉사하신 귀한 분들”이라며 통합 의사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출마 선언이 진행되는 동안 당 선관위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 자격을 놓고 회의를 열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당헌·당규 상 책임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선거권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시간 20여 분의 회의 끝에 황 전 총리의 출마 자격이 있다는 결론이 났지만, 아직 비대위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해 변수는 남아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황 전 총리가 비대위 의결까지만 잘 넘기면 이번 전대 구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일부가 황 전 총리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황 전 총리와 비대위 간 갈등설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다만 비대위가 ‘황교안 불출마’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출마 당일 발표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꺾는 등 몸값이 오른 황 전 총리의 위상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황 전 총리를 향한 보수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비대위도 함부로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