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3) 할머니가 28일 별세한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복동 할머니께서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습니다.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하셨습니다”라고 김 할머니를 기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할머니,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았다. 청와대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빈소 조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원옥 할머니,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과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를 나오면서 방명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기재했다.

고 김복동 할머니는 암으로 투병 중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으며 28일 오후 10시40분쯤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고인은 만 14세였던 1940년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일본군 병원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다가, 위안부로 끌려간 지 8년 만인 1947년 귀국했다.  

고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겪은 참상을 공개적으로 증언했고, 전쟁과 인권 문제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성폭력 문제를 알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왔다. 할머니의 증언과 인권 활동은 위안부 관련 각종 국제회의와 나비기금 설립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제사회가 전시 성폭력과 여성인권 피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오찬 간담회를 앞두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복동 할머니를 찾아 병문안하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