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노경은(35)이 원소속팀 롯데와 협상이 결렬돼 FA 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9일 "노경은과 FA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협상이 최종 결렬돼 계약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삼성은 윤성환(38)과 FA 계약 소식을 알렸다. 윤성환은 1년 계약에 계약금 없이 연봉 4억원과 인센티브 최대 6억원을 받기로 하고 사인했다.

30대 중반(노경은)과 후반(윤성환)이라는 나이 차가 있기는 하지만 둘의 처지는 이렇게 갈렸다. 노경은은 롯데와 2+1년이라는 계약 기간까지 합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환은 1년짜리 계약도 받아들였는데, 노경은은 2~3년은 더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계약을 왜 뿌리쳤을까.

   
▲ 사진=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금액 차이 때문이다. 노경은은 계약 불발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계약금에서 2억원 정도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큰 돈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팀과 계약이 사실상 힘들다는 것을 뻔히 아는 노경은이 왜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미아가 될 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윤성환이 보장 연봉만 놓고 보면 지난해 8억원에서 4억원으로 절반이나 깎이면서도 계약서에 사인한 것과 비교도 된다. 둘의 선택이 판이하게 달랐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윤성환과 노경은은 '신분(?)'에서 차이가 있다. 윤성환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4년 입단해 15년간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고, 삼성 한 팀에서만 뛰며 통산 127승이나 올렸다. 은퇴가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서 삼성을 떠날 생각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노경은은 2003년 두산에 입단해 13년간 몸담고 있다가 2016년 시즌 도중 롯데로 트레이드돼 왔다. 롯데에서 뛴 것은 3시즌뿐이다. 통산 49승 가운데 12승(20패)을 롯데에서 기록하며 좋은 인연을 맺긴 했지만 팀에 대한 애착심은 아무래도 윤성환보다 덜할 수밖에 없다.

윤성환은 오랜 기간 팀 에이스 역할을 했다. 8차례나 두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노경은은 두산 시절이던 2012~2013시즌 두 차례만 10승대 승리를 기록했다.

윤성환은 이번이 두번째 FA였다. 첫번째 FA 자격을 얻었던 지난 2014시즌 후 그는 4년 80억원의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삼성에 잔류했다. 이미 FA 혜택을 누려본 윤성환과 달리, 노경은은 이번이 첫 FA였다. 

예비 FA로 보낸 지난 시즌, 윤성환은 5승 9패 평균자책점 6.98로 데뷔 이래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 이와 달리 노경은은 지난 시즌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부활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그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보상심리 측면에서는 노경은이 윤성환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계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롯데는 노경은과 계약 결렬을 선언하면서 재협상이나 사인 앤 트레이드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롯데가 이렇게 강하게 나온 데는 나름 적절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노경은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을 엿볼 수 있다.

역으로, 롯데 구단의 협상 전략에 문제가 없었는가 하는 것도 짚어볼 만하다. 롯데는 선수 계약과 관련해 협상력에서 허점을 보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간판스타 이대호와 과거 연봉조정 신청까지 간 적이 있고, 안방마님이었던 강민호가 삼성으로 FA 이적하면서 롯데의 처우에 불만을 내비친 바 있다. 외국인 에이스였던 린드블럼과 재계약이 불발돼 린드블럼이 두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그는 공개적으로 롯데 구단을 비판했다. 역대 5명의 FA 미계약자가 있었는데 가장 최근 나온 FA 미아가 공교롭게도 2017시즌 후 롯데 이우민이었다. 롯데는 이번에 노경은과 협상도 원만한 합의를 못 이뤄 결국 갈라섰다.

어쨌든 롯데와 노경은의 결별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롯데는 부활투를 보여준 노경은이 올 시즌에도 선발 한 자리는 책임져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당장 노경은을 대체할 선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노경은은 재기에 성공해 의욕적으로 새 시즌을 맞을 수 있었는데 자칫 FA 미아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