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길었지만 썰렁했던 FA 시장이 거의 파장에 이르렀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획득한 15명 가운데 13명이 계약을 마친 가운데 각 팀들은 비활동기간을 끝내고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해외로 속속 떠나고 있다.

아직까지 계약을 하지 못한 FA는 롯데 투수 노경은, 키움 내야수 김민성 둘이다. 노경은은 롯데의 최종 제안을 거절해 협상이 결렬됐다.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서야 한다. 김민성 역시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는데 협상은 계속 이어 나간다.

13명의 계약자 중 처음부터 '빅3'로 꼽혔던 양의지(4년 125억원), 최정(6년 106억원), 이재원(4년 69억원)만 이른바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NC로 이적했고, 최정과 이재원은 소속팀 SK에 잔류했다.

이적한 선수는 양의지뿐이다. 그만큼 이번 FA 시장은 찬바람이 불었다. '빅3'를 제외하면 30억원이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가장 낮은 금액에 FA 계약을 한 선수는 한화 최진행으로, 2년 총액 5억원(계약금 없이 연봉 2억, 옵션 1억)에 사인했다. 

   
▲ 사진=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양의지(32)의 125억 계약, 최진행(34)의 5억 계약. 극과 극이다.

계약 기간이 4년과 2년이라는 차이가 있고 나이와 포지션도 다르지만 금액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물론 FA 몸값은 그간의 성적, 앞으로의 기대치, 포지션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책정된다. 양의지의 경우 이적을 하면서 프리미엄이 추가되기도 했고 귀한 포수 자원이기도 하다. 단순히 총액만 놓고 보면 양의지가 최진행보다 25배나 많은 금액에 계약했다. 

그런데, 양의지가 거액을 받고 최진행이 적게 받은 것을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이렇게 몸값이 차이 나는 두 선수가 동일한 틀에 묶여 있다는 것. 바로 현행 FA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팀에서 양의지를 데려가든, 최진행을 데려가든 보상 규정이 똑 같다. 직전 연봉의 300%, 또는 200%와 보상선수(보호선수 20인 외)를 내줘야 한다. 특히 보상선수 규정은 외부 FA 영입을 바라는 구단에 가장 껄끄러운 걸림돌이다.

FA제도 개선, 즉 등급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등급제 도입과 관련해 상당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구단과 선수들 간 이해 충돌로 끝내 무산됐다. 

FA와 관련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양의지처럼 팀 전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을 베팅하기도 하지만, 흔히 말하는 '중소형 FA'를 영입하기 위해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내주려는 구단은 별로 없다. 

이번에 팀을 옮긴 선수가 양의지뿐이라는 것, 이적이 여의치 않으니 원소속팀과 계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형 FA의 경우 협상의 주도권을 구단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리 따지고 저리 따져 봐도 FA 등급제 도입을 더 미룰 수는 없어 보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