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개혁? 국민 노후 자금 관리부터 똑바로 해야
정부, 전지전능한 존재 아냐…민간 기업 경영 간섭 안 돼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1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 했다. 한진그룹은 같은 날 "이번 결정으로 한진칼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해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주주권 행사를 향한 국민연금의 열망은 꽤 오래된 주제다. 그 열망에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해 벌어진 이른바 '대한항공 물 컵 사건' 이후부터다. 총수 일가 중 한 사람이 던졌다는 그 물 컵을 시작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극에 달했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개입주의엔 힘이 실리게 됐다.

물론 물컵을 던진 것은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방어가 불가능하다. 굳이 '갑질'이니, '약자를 향한 횡포'니 하는 반기업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개인과 개인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실한 기업인들까지 비난의 대상이 됐으니 그 죄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잘못을 했다면 법으로 해결하면 되고, 도덕적인 문제는 내부 절차를 통해 걸러내면 그만이다. 만약 "그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될 것"이라는 억측으로 정부 개입을 정당화 시키려는 생각이라면, 도대체 정부는 얼마나 전지전능하기에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지 증명부터 해야 한다.

   
▲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설령 대한항공 내부에서 물 컵보다 더한 것이 날아다닌다 해도 정부 개입을 정당화 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만약 내부 상황이 그렇게 엉망이라면 곧 망하거나 좀 더 시간을 끌다 망하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그것 또한 그 기업의 운명일 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없는 정책까지 만들어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개입해야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경영 개입의 주체인 국민연금의 사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어쩌면 개혁이 시급한 곳은 대한항공이 아닌 국민연금일지도 모른다. 현재 본연의 목적인 국민들의 노후 자금 관리조차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누굴 개혁할 수 있겠는가.

손에 쥐고 있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발상은 엄연한 오만이다. 거기에다 "대기업‧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상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은 민간 경영 개입 간섭이 아닌, 징수한 연금을 잘 관리해 국민들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있다. 몇 십 년 뒤면 연금이 고갈된다는 뒤숭숭한 분석이 주기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행사가 가당찮은 소리일까. 그럴 시간이 있다면 국민연금 전문성 강화에 더 힘쓰시라. 그래야 국민연금이 살고 국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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