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연초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고, 기대주로 꼽히던 바디프랜드는 대표가 형사입건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연휴 이후 IPO 시장의 전망을 짚어본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IPO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기대주’로 꼽히던 신규상장 후보종목들에 연이어 상장지연 사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우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최대 1조 80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 사실을 공시하면서 “지분 매각이 마무리된 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함께 밝혀 파장을 남겼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의 목적이 ‘자금조달’에도 있었던 만큼 목돈이 들어오는 아람코와의 계약은 IPO를 빠르게 추진해야 할 이유를 상쇄시켜 버린 셈이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시 공모 규모는 2조원 정도로 예상됐다. 이번에 아람코가 1조 8000억원에 지분을 사들이면 IPO를 통해 조달하려던 자금 대부분을 채워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아예 상장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대했던 현금유입 목적이 이미 달성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지분율 하락’을 야기할 IPO를 굳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지분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지주가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감소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7년 6372억원을 배당했는데 배당금의 대부분은 지분율 90%을 넘게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의 몫이었다. 결국 배당금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장보다는 ‘현재 상황 유지’가 낫다는 판단이 합리적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편 안마의자 업체인 바디프랜드는 전혀 엉뚱한 이유로 상장에 차질을 빚게 됐다.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가 직원에게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형사입건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핵심 상표권을 사내이사 개인 명의로 출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두 회사의 상장이 무산될 경우 올해 IPO 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불가피하다. 올해 공모금액은 총 8조~10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이중 두 회사가 4분의 1 정도인 2조4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못지 않은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여전히 증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IPO가 올해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예기치 않은 두 회사의 상장 지연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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