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들폰 가입자 이탈 심화…월 1만명 이상 순감
"도매대가 재산정 등 알뜰폰 활성화 지원 나서야"
[미디어펜=김영민 기자]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이동통신사들이 요금 인하에 나서면서 알들폰(MVNO)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서 알뜰폰 1000여개 요금제를 비교·추천 서비스가 추가된 화면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으로 이통사들이 이에 상응하는 유사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하며 요금을 인하하면서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알뜰폰 가입자의 순감이 이어지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저렴한 요금제를 쓰기 위해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고객들이 요금이 내려간 이통사로 다시 돌아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은 이통3사에 총 1만6607명을 뺏겼다. SK텔레콤 1만825명, KT 1538명, LG유플러스 4244명 등이다.

이통사 요금제가 알뜰폰보다 다소 비싸지만 각종 결합 할인, 멤버십 혜택, 다양한 부가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요금 경쟁력이 떨어진 알뜰폰에서 이탈하는 가입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폰은 지난해에도 월평균 1만명 가까이 이통사에 가입자를 뺏겼다.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 대응하기 위해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 주력상품인 2만원 요금제가 경쟁력이 없어지고 가입자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이통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알뜰폰이 위기를 맞자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알뜰폰 업계 요청으로 정부, 학계, 사업자,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전담반을 만들어 만들어 지난해 12월 첫 회의를 했고 한달에 한번씩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업계 고충을 듣는 수준이어서 당장 빠져나가고 있는 알뜰폰 가입자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으로 이통사가 미리 유사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도매대가 조정을 통해 더 싼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어서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지속될 경우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알뜰폰 사업자는 40여개로, 일부 주요 사업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 철수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17년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을 접은데 이어 지난해 이마트도 4월부터 신규가입을 받지 않고 알뜰폰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 경쟁력이 없는 알뜰폰은 의미가 없다"며 "이통사들의 요금 인하로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심각한 상황에서 도매대가에 대한 합리적인 산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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