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합병 계기로 재점화… 각자 경쟁력 갖추는게 우선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국내 조선업체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조선업계 재편이 점쳐지는 가운데 해운업계도 '1국1선사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낮은 운임을 제시해 플레이어들의 시장 탈락을 유도하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의 선복량은 2273만4900TEU로, 연초 대비 5.5% 증가했다. 이는 중국 코스코(COSCO)가 100만TEU 가까이 선복량을 끌어올린 데 따른 것으로, 스위스 MSC와 프랑스 CMA-CGM도 선복량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상선이 40만TEU를 늘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신조 컨테이너선 인도 규모는 총 280만TEU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특히 1만8000TEU 이상급 초대형 선박이 공급과잉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 덴마크 머스크라인 소속의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 /사진=인천항만공사 블로그


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2017년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도 국내선사들의 실적개선 저해로 이어졌으며,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 강화 및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등이 맞물리는 올해부터 더욱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상선은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4930억원에 달했으며, 고려해운·SK해운·장금상선·대한해운·대한상선·SM상선 등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감소했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1국1선사 체제를 지지하는 측은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들어 M&A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각각 NYK·K라인·MOL의 컨테이너부문 통합 및 코스코·차이나쉬핑·OOCL M&A를 통해 선사 규모를 키운 바 있다.

그러나 동북아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M&A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1국1선사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합병이 꼭 시너지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 현대상선 1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현대 스마트’호/사진=현대상선


조선업의 경우에도 그간 꾸준히 '빅2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불거졌으나, 업황이 회복되는 와중에 국내 조선소들이 액화천연가스(LNG)선 '싹쓸이'를 기반으로 실적 반등의 기미가 보이는 시점에서 합병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합병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선복량이 높은 선사들이 연료비 등의 부담을 느끼는 동안 각자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규제에 맞추기 위해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고유황유 대비 1.5배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스크러버는 개당 60억원 가량의 설치비 및 부속품 교체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연료비 부담이 적을 뿐더러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고유황유 가격저하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인도받을 선박 20척 모두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기로 결정했으며,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는 원가절감 및 협상력 증대 등의 장점이 있어 해운업 위기 돌파 방안으로 꼽힌다"면서도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세심한 손익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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