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전체의 적극적·능동적 협력 필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광주시의 숙원사업이자 정부의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인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서는 노동계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며 모두가 처음 도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개별적인 집단의 이권을 위해서가 아닌 국내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익을 위해 모두가 협력해야 된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왼쪽부터),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오른쪽)와 손을 잡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청와대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주시 협상단과 현대차는 지난달 31일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인 완성차 공장 설립 추진에 합의하고 투자협약을 맺었다. 올 상반기 내 전체 투자자 모집이 완료되는 시점에 투자협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한다. 투자자의 일원으로 유럽 시장에서 인기 있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 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기로 했다. 

광주 신공장 신설법인은 자본금 28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광주시 측이 자본금의 21%인 약 590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이며, 향후 약 1680억원 규모의 60% 지분에 대해선 시가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재무적 투자자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신설법인 설립시점에 약 530억원을 출자해 19% 지분(2대주주) 투자자로 참여한다. 광주형 일자이의 근로조건은 초임연봉 3500만원, 주 44시간 근무에 맞췄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 과정에서 이견 차이를 보였던 '5년간 임단협 유예 조항'에 대해선 누적생산 35만대 달성까지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유지하기로 하는 등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경형 SUV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이번 신설법인 설립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경차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울산공장의 반값 임금으로 광주시가 주도하는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 있는 경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급성장하는 국내 SUV 시장을 겨냥해 경형 SUV를 만들어 수요를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토스 단종 이후에도 여러 차례 내수 시장을 위한 경차를 개발하려고 검토했지만 고임금 구조인 국내공장 생산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안돼 줄곧 무산되어 왔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기아차 모닝과 레이를 공급하는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와 마찬가지로 저비용으로 경차를 생산할 수 있게 돼 국내 생산 비용이 높은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희오토는 근로자 평균 임금은 기아차 대비 약 60~70% 수준이다. 

즉 현대차도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기존노조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탈피하고 경형 SUV차급에 맞는 가격대와 품질을 충족시킬 수 있을 차량의 판매가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하락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견인 시켜 줄 테스트베드가 광주형 일자리인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계에서 '근로자는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근본 취지를 받아들여야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적인 확산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된다.

이미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와 합의를 이뤄내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협상 주체인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해 12월 광주형 일자리 협약 타결을 앞두고 일정 기간 낮은 임금수준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장치인 '임단협 유예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무산시켰었다.

외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현대차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기존 광주공장으로의 물량이전과 노동시장 교란을 우려하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 철회를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문제를 빌미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타결된 협약안에는 '신설법인 상생협의회(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안이 포함됐으나, 노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부속 조항으로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한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사실상 임단협 유예와 관련된 문제를 뒤로 미뤄둠으로써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불씨를 남겨놓은 셈이다.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도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광주형 일자리 확산이 현대차와 같은 고임금 사업장의 공동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민주노총은 이번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협약 타결로 더욱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사례인 현대차 공장이 '반값 공장'이라는 기본 취지에 걸맞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운영 과정에서 노동계가 무리하게 임금을 올리거나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초래해 기존 현대차 울산공장과 동일한 형태의 공장이 또 하나 생기는 모양새가 된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 홀로 짊어져야 하는 실패 사례로 끝날 수밖에 없다.

현대차로서는 부담만 늘게 된 셈이 될 것이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까지 광주형 일자리에 뛰어들 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전국적인 일자리 확산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노동계의 양보에 달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를 대기업의 기존 고임금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개념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면서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대기업의 다른 공장 임금에 욕심을 내지 않고, 노동계도 고임금 대기업 노조의 입장만을 반영해 무조건 막아서는 일이 없어야 양질의 일자리 확대라는 원래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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