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말 개정된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들의 감사인 선임 기간이 4개월에서 45일로 대폭 줄었다. 12월 결산법인들의 경우 오는 14일까지 선임을 완료해야 하는 셈이지만 설 연휴 등 변수로 인해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선임 절차는 더 까다로워져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외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외부감사인 선임 기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원래 사업연도 개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돼 있었지만 이것이 ‘45일 이내’로 크게 단축된 것이다. 이는 12월 결산법인들의 경우 늦어도 오는 14일까지 감사인을 선임해야 함을 의미한다.

   
▲ 사진=연합뉴스


기업들 중에서 사업연도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 등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로 돼있는 상장사들은 이미 작년 말에 감사인 선임을 완료했다. 지난 2017년이나 2018년에 감사인과 계약을 맺은 곳은 올해 새로운 감사인과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감사인 선임 기간이 통상 3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에서 제외된 기업들이다. 이들은 당장 올해 새로 감사인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8일 현재까지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1월과 2월에 신‧구정 연휴가 집중되면서 실질적인 근무일 수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감사인 선임절차는 더욱 복잡해졌다. 작년까지 감사인을 선임할 때 상장사는 감사인선임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사인을 선임해 감사의 승인을 받아 주주총회 등을 통해 보고하면 됐다. 

올해부터는 감사가 평가기준과 경영진 준수사항을 문서화하고 감사인 후보를 ‘대면평가’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선임 주체가 경영진(회사)에서 감사(위원회)로 바뀌면서 절차가 훨씬 복잡해졌다.

정해진 기한 내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실상의 ‘제재조치’에 해당하는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아야 한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약 130개 회사가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았다. 감사인 지정을 받을 경우 외부감사가 훨씬 꼼꼼해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기업들로서는 지정 감사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외부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촉박한 시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외감법 개정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애초에 감사위선임위 구성과 감사인 선임까지의 과정이 단 45일 이내에 이뤄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감사인 선임을 위한 위원회는 감사(1명), 사외이사(2명 이내), 기관투자자 임직원(1명), 주주(2명), 금융회사 임원(2명)으로 구성된다. 기관투자자와 주주의 경우 구성 요건이 ‘직전 사업연도말 기준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관투자자·주주’로 제한된다. 가장 많은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누구인지 보려면 주주명부를 봐야 하지만 이는 아무 때나 열람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주주명부 정리 작업을 거쳐 통상 1월 하순경 상장사들에게 작년 말 기준 명단을 보낸다. 결국 1월말에 주주명부를 보고서 감사인선임위를 구성한 뒤 회의를 열고, 감사인 대면평가를 거쳐서 계약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턱없이 모자라다는 결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때에도 2월쯤 돼야 감사인 선임에 나섰다”고 짚으면서 “개정된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이번 법은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사례”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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