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당국의 규제 모순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은 원죄 프레임에 가둬 손발을 묶어버린 것과 달리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규 진입 플레이어들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시장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규제 모순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카드업권과 저축은행업권이다. 

우선 카드사들은 고유권한이던 신용공여 권한을 빼앗길 판국이다. 금융당국이 간편결제사에게 신용공여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사들에게 월 30만~50만원 소액에 한해 신용공여 기능을 부여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건전성 규제로 인해 신용공여 기능을 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충당금을 쌓아두어야 한다. 이러한 건전성 규제가 더욱 강화된 배경에는 2003년 말 불거졌던 LG카드 사태가 있다. 

각종 페이사들 역시 신용공여 기능을 위해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겠지만 카드사들만큼의 건전성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여서 기존 카드사들은 역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신용카드사와 같은 '여신금융업법'을 적용받거나, 같은 규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문제점이다. 간편결제 사업자와 같은 전자금융업자는 전자금융업법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 역시 핀테크 업체들에겐 쉽게 문이 열린 해외송금업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해외송금업 진출이 무산된 것은 외면적으론 증권사, 카드사에 비해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여전히 저축은행 부도 사태에 대한 원죄 프레임에 갇혀 저축은행의 업황에 대한 팔다리를 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 기간이 짧아 어떠한 사태도 불거진 바 없는 신생 핀테크 업체들은 해외송금업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라는 명목에 사로잡혀 주위를 보지 못하는 경주마처럼 앞만 뛰고 있다. 금융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다. 속도에만 중점을 두고 달리기엔 몸집이 크다.

기존 기업들에게 원죄를 끊임없이 속죄시키고 있는 금융당국의 신중함이 신입 플레이어들에게도 필요해보이는 요즘이다. 

금융당국이 또 다른 원죄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소 잃어본 사람이 외양간을 더욱 튼튼히 고친다는 점을 보고 이들을 규제하기 보다는 새롭게 유입되는 곳을 보다 더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소를 잃어보고 외양간을 고친 곳이 아닌 아직 소를 잃어본 적 없는 새 외양간을 단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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