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평양에서 ‘2박3일’의 실무협상을 마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로 돌아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비건 대표의 평양 실무협상의 주요 안건 중 하나가 정상회담의 개최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하노이 개최는 북한이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개최지에서 미국이 양보한 셈이다. 

그동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도시를 놓고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하노이를 선호한 이유로 자국의 대사관이 있기 때문으로 파악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 외교가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국빈 방문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면 54년만에 북한 지도자가 베트남 땅을 다시 밟는 것이다. 김일정 주석이 지난 1958년 11월과 1964년 10월 두차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당시 호찌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베트남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으며, 지난해 11월 리용호 외무상이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첫 방문 60주년을 기념하며 베트남을 공식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응웬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서을 만나 1986년 개혁‧개방을 택한 베트남의 ‘도이모이’(쇄신) 노하우를 전수받으려할 수도 있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경제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국가로 북한이 경제개발을 할 때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벌인 나라이지만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뒤 미국의 동남아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정상국가화를 시도한 이후 이번에 베트남에서 외교정상화를 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 국빈 방문은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면서 국제사회 고립에서 완전하게 탈출할 것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미 승전국가에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이는 북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겠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이외에 어떤 다른 행보를 보일지,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북한과 베트남은 1950년 1월 수교를 맺었으며, 1967년 무상군사지원·경제원조 협정을 체결했다. 베트남전 당시 북한이 공군병력을 파견하고 군수물자를 지원하면서 ‘혈맹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후 1978년 12월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시 북한이 베트남을 비난하면서 양국 관계는 대사를 철수시킬 정도로 악화됐다. 1984년 양국은 대사를 다시 파견했으나, 1992년 베트남이 남한과 수교를 맺으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에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경우 양국 관계가 다시 돈독해지면서 교류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까지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