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유영하 변호사가 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자유한국당의 새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에 ‘친박(親 박근혜)’으로 분류되면서 유력 당권주자이기도 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일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며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생각)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박 전 대통령 홀대 논란을 전면 반박한 것.

박 전 대통령 홀대 논란은 최근 유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거졌다. 유 변호사는 지난 7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 “자신(황 전 총리)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계시는데, 수인번호도 모른다?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황 전 총리의 접견 요청을 박 전 대통령이 거절한 사실도 언급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 등 이력이 ‘황교안 대세론’을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는 점에서, 유 변호사의 이번 인터뷰는 황 전 총리에게 악재라는 분석이 자연스레 나왔다. 소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대구·경북의 당심(黨心)이 이반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전 총리의 독주 체제를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비박(非 박근혜)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는 이제 결별할 때 아니냐”며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아가 유 변호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유 변호사의 말을 박 전 대통령의 말이라고 액면 그대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고, 박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한 원외 인사도 “박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관련해서 특정한 누구를 원망하거나 지원할 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한 마디에 당이 흔들리는 상황을 비판하기도 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제 한국당도 ‘친박이냐 비박이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평했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 이슈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북미정상회담과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권주자 6명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의 양자 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이대로 전당대회가 진행된다면 화합 전당대회가 아니라 배박(背朴), 구박(舊朴)의 친목대회가 될 뿐”이라며 황 전 총리를 배박, 김 의원을 구박에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