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입장 및 전략은 철저하게 우리 국익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식’의 접근이 필요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재로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대한민국은 설립에 동참해야 하나’ 세미나에서 "중국 주도의 지역기구 창설 기세가 증강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국익관 확립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날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나 이견 요인을 극복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 강화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주변국의 입장, 전략, 인식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가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대한민국은 설립에 동참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인프라구축사업, 내수확대,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 구축, 국제 경협의 기반 확충, 개도국 지위 탈피 등을 감안하여, 중국의 AIIB 창설 의도와 목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우리의 국익과의 연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AIIB에서 우리 국익을 위해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파악되나, 가치에 기반 하지 않는 지배구조와 지배제도, 비민주적 의사결정,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무결한 집행 등이 결여되어, 사업의 성격 및 기구 설립 취지와 목적, 운영방식 변형에 대하여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대중국 입장 및 전략은 철저하게 우리의 국익을 중심으로 우리의 국익관에서 출발하여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주 교수의 패널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중국 주도의 지역기구 창설 기세 증강

중국은 축적된 경제력을 앞세워 지역협력을 주도하고자하는 시도를 부단히 개진할 것이다. 이런 시도의 전례로 1997년 ASEAN+3의 발족, 2000년 상해협력기구(SCO)에서부터 2005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의 창설 등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하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제도에 기반 한 기구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지역질서의 구도나 기반에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대한민국은 설립에 동참해야 하나’ 정책토론회 전경 

중국은 작년 10월 AIIB 창설을 제언하면서 본격적인 지역질서 개편의 기반을 마련하는 실질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두 가지이며, 하나는 21세기의 세계경제의 주제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현하고자 하는데 있으며, 다른 하나는 중국이 작년 10월 결의한 ‘주변외교 이니셔티브’의 목표 중 하나인 ‘공동운명체’와 올해 5월 CICA정상회의에서 밝힌 ‘아시아의 일은 아시아인이 맡는다’는 원칙을 지역 외교와 국제관계에 관철시키기 위함에 있다.

우리의 국익관 확립이 관건

중국은 지역차원의 국제기구 및 조직 창설을 앞으로 더욱 적극 주도할 것이고 이로 인한 미국과의 이견, 갈등, 협의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다. 이런 현상을 중미 간의 대결구도로 인식해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중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한다는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 없다. 관건은 우리의 국익관을 확립하여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나 이견 요인을 극복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주변국의 입장, 전략, 인식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AIIB의 경우 TPP와 같이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소개된 것뿐인데 미국의 반대와 우리에 대한 경고로 중미 간의 갈등요소로 정치화시켜 우리 국익과의 이해관계도 검토하지 않고 정치적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 눈치보기에 불과하다.

AIIB에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의 입장이나 국익관점에서 보면 맥락이 같을 수 없고 미국의 반대 이유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ADB, IMF, IBRD, WB, ODA 등 여타기구, AIIB와 BRICs 전략적 연계성과 그 함의에 대해서 말이다. AIIB에 일본이 불참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중일 간의 패권경쟁이나 중일 간의 불화관계의 구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불필요하다는 일본의 철저한 국익 중심의 계산에 근거하고 있다(ODA, ADB 등).

우리나라 또한 인프라구축사업, 내수확대,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 구축, 국제 경협의 기반 확충, 개도국 지위 탈피 등을 감안하여, 중국의 AIIB 창설 의도와 목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우리의 국익과의 연계성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AIIB가 지역금융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과연 오늘날의 ADB와 경쟁구도로 존재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AIIB는 인프라구축사업에 투자하는데, ADB는 UN의 지역 축소판으로서 인간안보에 중점을 두어 개도국경제개발지원사업도 빈곤과 가난, 기아를 탈피하기 위한 교육, 위생, 환경, 보건사업 등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과 일본이 오늘날 지향하는 개도국개발사업의 핵심이다.

우리의 대응전략

중국이 지난 2월 우리에게 시진핑 방한 때 통화직거래시장 구축사업을 종결하자는 제언을 역시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 미국의 반대를 매우 우려했으나 결과론적으로 필요 없는 우려를 한 셈이 되었다.

미국은 우리와 중국 간의 경제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거나 경제무역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고 있고, 경제는 경제 안보는 안보 식의 이분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단지 미국의 우려는 한-중 간의 깊어지는 경제관계가 한미동맹에 미칠 악영향(예: 단절 또는 재편 등)을 우려하나 현실성이 희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미재무성이나 전문가들은 한중 통화직거래시장구축에 왜 미국이 반대할 것 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우리의 국익관점에서 향후 중미 간에 발생하는 지역질서 주도권 경쟁관련의 조직이나 제도 창설을 이해, 우리의 국익에 대한 이해득실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중미 간에는 경쟁적으로 지역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제도 및 기구 창설 경쟁은 자명한 사실이고 우리의 국익에 기반 한 명확한 원칙, 정책과 전략 조속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AIIB의 경우 우리의 이익은 인프라구축 재원 확보,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기반 확보, 일자리 창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콘소시엄 형성), 우리 인프라구축 관련 민자유치문제 고민 해결, 통일비용에 대국민 설득력 강화 등의 많은 잠재 이득이 존재한다.

AIIB에서 우리 국익을 위해할 수 있는 부분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파악되나, 가치에 기반 하지 않는 지배구조와 지배제도, 비민주적 의사결정,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무결한 집행 등이 결여되어, 사업의 성격, 기구의 설립 취지와 목적, 그리고 운영방식의 변형이 초래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AIIB를 통해 우리의 중견국 외교 역량 발휘 기회가 더 많이 창출될 것이고 이에 대한 대내외 기대도 더 높아질 것이다. 단 AIIB의 경우 중국의 전통적인 ‘개방적 지역주의’ 운영방식, 즉 ‘느슨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제도’속에서의 다자협력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건설적인 이견을 제시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제도와 장치 마련에 견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를 미국도 상당히 고평가할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메니지먼트는 서구 가치에 기반 한 서구식 제도권에 중국이 융합, 더 나아가 통합되는 것이다.

중-미 간에 경제, 무역, 안보, 외교, 정치, 문화 등에서 주도권을 위한 경쟁구도는 심화될 것이며, 이 주도권 선점을 위해 파생되는 조치, 장치, 제도는 난립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눈치 보는 것은 더 이상 금물이다.

우리의 확고한 입장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즉 한미동맹관계는 상수(常數)이며 가치에 기반 한 것으로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로의 이탈이나 그런 나라와의 동맹이나 연합은 어불성설이다. 이와 반대로 중국과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국 입장 및 전략은 철저하게 우리의 국익을 중심으로 우리의 국익관에서 출발하여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