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이준석 위원과 김지예 변호사가 여성 채용 할당제를 두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12일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김지예 변호사, 정영진 시사평론가, 최태섭 작가가 각종 이슈를 둘러싼 남녀 갈등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최근 여권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촉진하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공직선거 후보에 남녀 동수를 공천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고,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 임원이 많은 민간 기업에 국민연금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양성평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여론은 엇갈린다. 남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최소 조치'라는 입장과 '과도한 혜택'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

문재인 정부의 여성 정책을 두고 취업난에 시달려온 20대 남성들 사이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여성 채용 할당제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까지 더해지면서 남성들의 '남성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


   
▲ 사진=MBC '100분 토론' 방송 캡처

    
이날 '100분 토론'에서 여성 채용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김지예 변호사는 "지금의 20, 30대 남성들이 기득권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을 40, 50대 남성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사회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준석 위원이 "이게 무슨 연좌제냐"고 반박하자 김지예 변호사는 "그럼 왜 우리는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냐. 일본의 지금 세대들은 전범이 아닌데, 우리가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이준석 위원은 "전 지금의 세대 중 전범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일본인이 있다면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겠다"면서 "지금 20, 30대 남성들 중 가부장적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김지예 변호사는 "눈에 보이는 현실에서는 여전히 남녀차별이 있다는 것이다"라며 "청와대 참모진들이 함께 걸으면서 커피 마시는 전경련 회의 장면을 봐라"라고 응수했다.

이를 들은 이준석 의원은 "그들은 50, 60대이지 않나"라고 되물었고, 김지예 변호사는 "그들과 20대, 30대가 무관하냐"며 젊은 남성들도 향후 여성보다 고위직 진출이 쉬울 것이라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 사진=MBC '100분 토론' 방송 캡처


이에 정영진 평론가는 "남성 대 여성 채용 비율을 5 대 5로 맞추는 게 왜 중요한 거냐"고 물었고, 김지예 변호사는 "지금 저희가 품고 있는 주된 문제점과 불만은 고위직 여성들의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김지예 변호사는 "공공 영역에서 고위직의 비율이 낮다는 건 곧 계급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고, 정영진 평론가는 "고위직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여성의 권익도 대표할 수 있을 거라는 말씀 같은데, 그렇다면 소득별, 지역별, 학력별로 대표하는 사람들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위원은 "성평등은 5 대 5가 당연하다는 정량적 평등에 신경 쓰시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김지예 변호사는 "전 정량적 평등은 반대한다"며 돌연 기존의 주장을 뒤엎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어 "제가 40, 50대 남성들과 같은 맥락에서 20, 30대를 봐야 한다고 말씀드렸지 않나"라며 "20, 30대는 지금 당장이 급할 수 있다. 내가 향후 고위직 임원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과 상관없이 지금 당장 쓸 돈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지 않나"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고, 이준석 위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편 '100분 토론'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대담하고 젊은 토론을 지향하는 토론 프로그램으로, 매주 화요일 밤 12시 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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