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손 이상구 씨, '미국공사왕복수록' 등 8건 고궁박물관 기증
   
▲ 독립운동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월남 이상재 선생 [사진=문화재청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구한말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돼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과 함께 1888년 미국에 간 독립운동가 월남(月南) 이상재(1850∼1927) 선생이 간직했던 외교활동 관련 문서들이 약 13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이상재의 종손인 이상구(74) 씨가 물려받아 보관해 온 '미국공사왕복수록'(美國公私往復隨), '미국서간'(美國書簡) 등 옛 문헌과 사진 8건을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상재의 유품인 기증 유물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박물관으로 재개관한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공사를 하던 중, 그 존재가 확인됐다.

기증 유물은 대부분 주미공사관 개설 무렵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국공사왕복수록과 미국서간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로, 조선과 미국의 외교 현안을 비롯해 공사관 운영 상황과 공관원 활동상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공관원 업무편람이라고 할 만한 자료로, 특히 미국 뉴욕 법관 '딸능돈' 등이 1888년 조선기계주식회사를 설립해 철로, 양수기, 가스등 설치를 제안하면서 작성한 규약과 약정서 초안이 주목된다.

규약은 조선과 미국 간 철도 부설 논의가 경인선이 완공된 1899년보다 10여 년 앞선 시점에도 이뤄졌음을 알려준다.

미국공사왕복수록에는 또 1883년 체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이 루시우스 푸트 초대 주한공사를 파견하며 고종에게 건넨 외교문서, 박정양이 미국 정부·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서, 조선이 주미공사관을 통해 추진한 사업 관련 문서, 독일공사관·일본공사관 관련 문서 등도 수록됐다.

미국서간은 이상재가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임명된 1887년 8월부터 1889년 1월까지 작성한 편지 38통을 묶은 사료로, 대부분 집안일에 관한 내용이지만, 공사관 운영 실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이외에도 박정양이 남긴 서양견문록인 '미행일기' 초록으로 추정되는 문헌과 공사관 재직 시 업무메모, 이상재가 세상을 떠난 뒤 생애와 업적을 정리한 책인 '월남 이상재'도 박물관에 증여됐다.

워싱턴에서 촬영한 이상재 사진, 이하영 서리공사 사진과 공사관원 강진회로 추정되는 사진도 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이상재 유품은 구한말 당시 조선의 대미활동을 생생하게 알려준다"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련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관원들이 직접 기록한 자료가 발굴돼 큰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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