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호가 17억~18억원…전문가 "소수 자본층 입주 예상"
재건축 일정 줄줄이 ”분양가 더 오를것“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고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3기 신도시’를 발표한지 한달이 지났다. 6만6000가구가 들어서는 남양주 왕숙 1·2지구 부지부터 하남(교산) 과천(과천) 계양(테크노벨리)까지 4개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교통망이 조성되는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반대’와 ‘환영’이 교차하던 이들 지역을 1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편집자주>

[3기 신도시 지정 한달-과천③]분양가 치솟은 과천에 신도시까지?…실수요자 '갸웃'

   
▲ 지난 11일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래미안슈르아파트 상가단지 내 입점한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뺴곡하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신도시로 지정된 후 주소 이전 희망자가 부쩍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무나 들어오기는 어렵죠. 10억원 이상 자금을 보유한 경우라면 모를까…"

지난 11일 오전 과천시 별양동에 자리한 래미안슈르 아파트 상가단지 내 E공인중개사무소 조모씨는 "신도시 개발에도 불구, 과천 아파트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천신도시는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대에 7000가구로 조성된다. 신도시 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서울 주택 수요 분산 효과는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곳으로 꼽힌다. 실제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년 오르는 아파트값과 수십억원에 이르는 호가는 과천 주민들의 콧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분양가 12억?” 실수요자엔 그림의 떡

경기도의 강남. 과천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 별양동 아파트 3.3㎡당 매매가는 4454만원으로 강남(4877만원)보다 조금 낮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과천 일대 아파트 전용 84㎡ 분양가는 지난해 12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실거래가 기준 평균 매매가는 17억~20억에 달한다.

   
▲ 과천시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 지형도면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투기지역이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대출 조건도 까다롭다. 상당수 매물이 9억원을 초과하는 물량이어서 중도금 대출 또한 제한된다. 이 지역 복수의 공인중개사들은 "사려면 사고 아니면 말라는 심리는 과천 아파트값을 부추긴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신도시 개발 이후에도 분양 상황은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이렇다 보니 정작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경쟁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자신을 2년차 신혼부부라고 밝힌 30대 여성은 "청약해서 당첨되더라도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평범한 신혼부부들에게 과천은 ‘그림의 떡’"이라고 토로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강남의 세곡지구나 우면지구와 비교해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겠지만 결국 비싸게 나올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 수요보다는 소수 자본계층의 자녀 세대 입주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 재건축 일정 줄줄이 "분양가 더 오를것"

과천은 아파트단지 재건축도 예정돼 있어 평균 분양가는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기자가 이날 둘러본 별양동과 중앙동 일대에서는 오는 2021년 1월 입주를 앞둔 과천위버필드를 포함해 12개 재건축 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과천 랜드마크 단지로 꼽혔던 재건축단지는 주공1단지·주공7단지 등이다. 지금은 후분양에 돌입한 '과천퍼스트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1단지)의 초기 전용 84㎡ 분양가는 12억원으로 직전해 분양한 ‘래미안센트럴스위트’(과천주공7-2단지)보다 2억원 올랐다.

현지 공인중개업자들은 이들 대부분이 입주 30여년 된 낡은 아파트임에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매매가나 호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갈현동 소재 B공인중개사사무소 최모씨는 "입지가 좋은데다 신도시 개발 기대감으로 안 팔고 묵혀둘수록 가치가 뛸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정부 규제로 아파트값이 진정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과천 구도심 재건축아파트들은 종종 강남 개포주공아파트와 비교된다"며 "강남 재건축 수준인 평당 5000만원에 추가분담금을 더하면 앞으로 분양가는 평당 6000만~7000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며 "재건축을 하면 아파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도시 타당성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과천의 신도시 지정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천 지역은 330만㎡를 넘지 않아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신도시'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다만 적은 공급량 대비 시세가 높아 실수요자 접근이 어려운 만큼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장 본부장은 "반값아파트 개념의 토지임대부주택이나 장기전세주택 등 전환을 할 경우 공급가가 낮아질 수 있지만 지역 반발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어떤 식으로 공급을 해나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