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입법 사항인 보완조치가 속도 못 맞춰”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내년에는 최저임금을 동결해줬으면 좋겠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4대보험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수수료 인하 악속을 안 지키는 카드사가 굉장히 많다. 카드수수료 법제화를 금융위에서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과 상가임대료, 규제개혁의 현실에 대해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초부터 시작한 ‘경제계와의 대화’의 일환으로 160여명의 자영업‧소상공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골목상권 르네상스,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동행’이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간담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는지’를 묻는 질문에 “자영업자 한분이 최저임금 동결을 말해서 그 이야기로 쏠렸다”면서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임금인상과 관련해 발언력을 강화할 체계를 만들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인 비서관은 또 ‘4대보험을 2대보험으로 줄여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서 4대보험 자체를 쪼개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에서 융통성을 남겨놓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의견에 대해 정부측에서 답변하고, 관련해서 다시 문 대통령이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4대보험 쪼개기에 대해서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4대보험 가입 조건이 어려울 수 있다”며 “사회보험료 보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있다”고 답했다.

또 카드수수료 완화와 대출과 관련해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 영세 가맹점의 협상은 정부가 돕도록 하고 있다”고 했으며, “기업은행이 1.4%의 낮은 대출상품을 운영 중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 등이 하반기 중에 자영업자 특화상품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카드수수료에 대해 협상권을 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럴 경우 협상단체에 속한 경우와 안 그런 경우 사이에 차별이 있을 수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며 “노동조합단체 협약의 경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간담회에서 정재안 소상공인자영업연합회 대표가 제기한 ‘세금을 카드로 납부 시 수수료 발생’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벌금 납부도 요즘 카드 납부가 되고 있다. 벌과금, 과태료와 공과금에 대해 카드 납부가 안된다면 국민 편의를 위해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그럴 경우 카드 수수료를 2%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다. 한번 방안을 찾아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며 “소상공인‧지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카드수수료 인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보험료 지원, 상가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 개선 등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텐데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이렇게 맞춰지지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까지 여러가지 많은 보완조치들을 마련했다. 이제 소상공인을 경제정책의 중요 분야로 놓고 독자적인 정책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인식도 정부가 가지게 됐다”며 “정부가 현장의 세세한 어려움을 다 파악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많이 듣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 모두발언에서도 “이미 과다한 진입으로 경쟁이 심한데다 높은 상가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독자적인 경제정책의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도 도입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실과 정부는 이번 행사에서 제안된 의견을 정책으로 ‘자영업 종합대책’에 반영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19일 후속점검회의를 개최해 자영업‧소상공인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 행사는 네 번째 경제계와 가진 대화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 1월15일 대‧중견기업 간담회에 이어 2월7일 혁신벤처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