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개정 후 22년간 유지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
7년전 4대4로 합헌, 6명 이상 동의해야 위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헌법재판소가 오는 4월11일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270조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로 결정하면서, 4 대 4 재판관 의견으로 합헌 판정이 났던 7년 전과 달리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15일 헌재 관계자는 의사 정모씨가 해당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대한 만큼 재판관 9명 전원이 있을 때 선고하기로 했다"며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퇴임(4월18일) 전 11일 선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모씨는 지난 2017년 2월, 낙태수술 69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1973년 제정되었고 1995년 개정된 후 지난 24년간 그대로 유지된 형법 269·270조는 낙태한 여성(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과 이를 도운 의사(2년 이하)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 논란은 지난 2017년 11월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23만 5372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낙태죄 처벌' 폐지 이슈가 마감되자, 당시 헌재는 형법 269·270조에 대해 5년 만의 재심리에 들어갔다.

여론 풍향은 바뀐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불붙던 2017년 11월2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낙태죄 폐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낙태 찬성 의견이 52%, 반대가 36%로 조사됐다. 2010년 동일한 조사에선 찬성 34%, 반대 53%였으나 7년 사이에 역전됐다.

당초 1973년 제정된 낙태죄는 사문화되어 유명무실해졌으나 지난 2010년 이후 정부가 낙태시술 단속을 강화하면서 되살아났다.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연일 커졌다. 지난 수년간 산모들이 낙태약을 불법구매하고 낙태약 수요에 부응하여 중국산 가짜가 판쳤다. 산모에 대해 비보호적 비위생적인 불법 낙태시술이 비일비재했다.

   
▲ 헌법재판소는 4월11일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270조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사진=미디어펜

법조계는 헌재의 이번 선고에 대해 사실상 위헌 판정을 내리지만 입법 시한을 두고 현행 규정을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헌법재판관 3명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태죄 유지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며 "나머지 6명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는 "다만 낙태죄를 즉각적으로 무효화할 경우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뒤따를 수 있어 법 개정 시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헌재가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하면 국회는 법률을 개정해 임신중절 가능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헌 결정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 동의해야 가능하다.

2012년 8월 헌재는 같은 법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임신 초기나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해 5월 헌재 공개변론에서 여성가족부는 '낙태죄 폐지' 입장으로 의견서를 냈고, 법무부는 "현행법이 낙태를 일부 허용하고 있어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과잉 제한하지 않는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오는 4월11일 헌재가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