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를 맞아 “추기경님으로부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며 김 추기경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열린 추모미사에서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이제 대통령으로서 ‘사람이 곧 국가이지, 국민이 국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추기경님이 더욱 그리운 까닭은 미움과 분열이 아닌 사랑과 화해를 기도하는 우리시대의 스승이셨기 때문이다. 추기경님은 한반도 문제도 결국 서로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만드는 평화의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전쟁과 적대를 이겨낸 이 시간을 얼마나 반가워하셨을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시작되었다. 오늘 추기경님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변함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대화하겠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역지사지할 때 전 세계도 평화의 길을 지지하고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보의 나눔’ 재단과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가 공동 주관하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해 열린 이날 김 추기경의 추모미사에서는 김용삼 차관이 대독한 문 대통령의 추모사에 이어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문두현 평신도 대표가 추모사를 밝혔다.

이날 추모미사에 청와대에서는 청와대가톨릭교우회(창가회) 회장인 강기정 정무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혜애 기후환경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추모사 전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시국에 있는 성베드로대성전에서 바티칸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를 마친 뒤 외국 정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설했다./청와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10주기 추모미사 추모사>

명동성당은 오랫동안 약한 이들의 성지였습니다. 그곳에서 위로받았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선한 신도들과 함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이 한결같이 울타리가 돼주셨기에 명동성당은 우리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추기경님을 추모하며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0년 전 오늘처럼 추기경님을 그리워하며 여기 모인 한사람 한사람에게 찾아오셔서 따뜻하게 손잡아 주실 것 같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든든해지는 느낌입니다.

추기경님은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셨지만, 우리는 추기경님을 통해 낮은 자리에서 섬기며 사랑을 전한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1969년 대한민국 최초로 추기경 서임을 받으신 후 변함없이 약하고 고통받는 자들을 품고, 기도하셨습니다. 의지할 곳 없는 철거민, 외국인노동자, 사형수에게는 가장 좋은 친구셨습니다.

1987년, “먼저 나를 밟고 넘어가라” 하셨던 추기경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 추기경님은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들을 보호해주셨습니다. 인권과 정의를 지킨 최후의 불꽃이었습니다.

저도 추기경님과 인연이 깊은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습니다. 이제 대통령으로서 “사람이 곧 국가이지, 국민이 국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오늘 추기경님이 더욱 그리운 까닭은 미움과 분열이 아닌 사랑과 화해를 기도하는 우리 시대의 스승이셨기 때문입니다. 추기경님은 한반도 문제도 결국 서로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만드는 평화의 문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이 계셨다면 전쟁과 적대를 이겨낸 이 시간을 얼마나 반가워하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관심과 밸로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르 위한 특별미사를 올렸습니다. 1968 추기경님의 집전으로 우리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처음 성베드로 대성당에 울려퍼진지 정확히 반세기만에 이루어져 더욱 감동이 컸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추기경님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변함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대화하겠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역지사지할 때 전 세계도 평화의 길을 지지하고 도와줄 것입니다. 추기경님께서도 하늘에서 계속 기도해주실 것입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추기경님의 마지막 말씀,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를 기억합니다. 추기경님께서 언제나 그러하셨듯, 우리도 ‘너희와 또한 모든 이를 위하여’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추기경님 그립습니다.

2019년 2월 16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