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차가운 얼음여왕처럼 보이던 이상화가 1년 만에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린 장소는 바로 1년 전 그 곳, 평창올림픽이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었다. 

17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는 지난주에 이어 '빙속 여제' 이상화를 사부로 모신 이승기 이상윤 양세형 육성재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사부의 재촉 아래 힘든 훈련을 하루종일 소화한 멤버들은 1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 이상화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갔다. 경기에 최적화된 체중 유지를 위해 시리얼로만 저녁을 때워야 했다. 이상화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기 위한 준비 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 500m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에게 뒤져 은메달을 획득, 올림픽 3연속 우승을 놓쳤던 1년 전 경기 영상을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이상화는 고다이라보다 중반까지 앞선 기록으로 레이스를 펼치다가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사소한 실수를 범한 것 때문에 근소하게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경기여서 그 경기를 아직도 못 보겠다. 언젠가는 보더라도 아직까지 못 보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상화는 멤버들과 함께 정확하게 1년 만에 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당일과 마찬가지 동선으로 라커룸과 믹스트존(인터뷰존)을 거쳐 링크에 들어섰다. 

   
▲ 사진=SBS '집사부일체' 방송 캡처


온갖 감회가 되살아난 듯 이상화는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는 1년 전 경기 당일 상황을 지금도 하나하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관중석 어디에 부모님이 앉아 있었는지, 어느 코너에서 어떤 속도로 레이스를 펼쳤는지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이상화의 부모님이 딸의 올림픽 출전 경기를 직접 지켜본 것은 평창 때가 처음이었다고.

하지만 이상화는 여전히 당시 경기 영상을 차마 못 보겠다고 했다. 자신이 어디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실수를 1년이 지나도록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 듯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이상화를 위해 이승기와 이상윤이 과거 자신들의 굴욕적이었던 영상들을 먼저 공개했다. 이승기는 신인 시절 예능 프로그램 'X맨'에서 댄스 신고식을 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던 영상이 나오자 아연실색했다. 이상윤도 '집사부일체' 보아 사부 편에서 말도 안되는 춤을 췄던 장면을 다시 보며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렇게 멤버들의 격려(?)를 받으며 이상화는 마침내 1년 전 경기 영상을 처음으로 직접 지켜봤다. 자신의 실수 장면에서 뭉클해하던 이상화는 관중석 부모님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하자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이상화는 "(국내에서 열린 올림픽이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 순간 실수로 이렇게 된 거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하면서도 "은메달이어서 아쉬워서 운 것이 아니었다. 4년간 힘들게 준비한 올림픽이 끝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평창에서는 한국 관중과 환호를 하고 싶었는데 관중들이 다 '울지마'라고 외쳐주니까 더 눈물이 나더라"라고 1년 전 경기 후 하염없이 울었던 이유를 전했다. 

이상화는 2011년부터 무릎 연골이 상해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통증을 참아가며 2018 평창 올림픽까지 출전했다고 고백했다. "만약 (2018년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그 전에 은퇴했을 것이다"는 말도 했다. '빙속여제'라는 무게감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의 어깨를 짓눌러왔는지 짐작하게 했다.

'집사부일체'에서 이상화가 흘린 눈물. 1주년이 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그 어떤 특집 프로그램보다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