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 거대한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미디어펜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5·18 유공자 까라. 나라 꼴이 이게 뭐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지만, 연설회장 앞은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목소리로 점철됐다.

이날 연설회장 앞 바닥에는 거대한 크기의 태극기가 펼쳐졌고, 시위를 주도한 ‘행동하는우파 시민연합’ 측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렸다. 마이크를 잡은 시위대 관계자는 당원·시민들을 향해 “5·18 유공자 명단 좀 공개하라는데 뭐가 겁나서 못 하나”라며 “내 아버지는 6·25 참전 유공자시다. 명단 다 공개돼 있는데, 왜 5·18 유공자 명단만 비공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과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한 시위자가 “김순례처럼 해야 한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순례밖에 모르겠고, 그 위는 누구 찍어야 하느냐”고 묻자 주변에 있던 다른 시위자들은 ‘행동하는 우파, 의리의 김진태’, ‘기호 3번 김진태’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김진태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을 향해서는 비난을 쏟아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탄핵을 만든 김무성 잡놈”에서부터 “박지원이랑 해서 탄핵을 만든 김무성 졸개들은 여기 오지도 마라”, “대구가 쉬워보이나” 등 구호가 난무했다.

또다른 시위자는 빨간색 모자와 군복을 착용한 채 타 후보들의 응원 장소를 누비기도 했다. 손에는 ‘문재앙 퇴진, 나라가 공산화되고 있다’, ‘나라의 위기에 침묵하는 자 탄핵세력과 공범이다’라고 적힌 사람 키만한 크기의 피켓도 들려 있었다. 그는 일부 최고위원 후보 지지자들에게 “탄핵 부역자들아. 부역자 놈들이 감히 어디라고 명함을 내미느냐. 당장 나가라”라고도 외쳤다.

   
▲ 18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에서 한 시위자가 ‘문재앙 퇴진’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다./미디어펜


취재진과의 몸싸움도 발생했다. 시위자들은 “KBS, MBC 같은 쓰레기 방송도 다 나가라. 우리는 집회 신고하고 정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위자는 “촬영하지 마라. 찍어도 제대로 안 내보내 주잖아”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반면 유튜브 촬영자들을 두고서는 “애국 방송”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날 연설회장 주변에서는 ‘5·18 폄훼’ 논란을 빚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5·18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려 대비를 이뤘다. 총 66개 단체로 이뤄진 이들은 “이번 5·18 망언은 5·18 민중항쟁의 사실을 왜곡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의 피땀 어린 역사를 통째로 부정한 역사적 망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중에도 ‘행동하는우파 시민연합’ 측은 “좀비들, 정신병자들은 꺼져라” “5·18 유공자 명단이나 좀 까라고 해라. 뭐가 무섭나”라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