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속도 조절론’과 대비되는 것으로 미국의 제재 완화 상응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적극적인 당부의 말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치를 낮추는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이 2차 북미 핵담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남북경협 발언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제시할 미국 측의 상응조치 ‘카드’로 사용하라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합의문에 남북경협을 명시할 가능성이 낮고, 협상에서도 남북경협이 중점 의제로 부상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경협을 실례로 들었지만 실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제재 완화 등 경제적인 상응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 등과 맞바꿀 ‘빅딜’을 바라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입장이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특히 그 시점이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물렀다 워싱턴으로 돌아간 스티브 비건의 보고가 있었던 이후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이견이 워낙 큰 사실을 확인하고, 미 의회의 ‘대북제재 완화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에 부딪쳐 사실상 좌절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 조절론’을 고수하는 모양이다. 그는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무엇이 됐든 서두르지 않는다. 회담을 가질 것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겠다. 궁극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수준은 낮추면서도 ‘회담 무용론’을 차단하려는 이중적인 태도로 보여진다.  
 
한미 정상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또다시 양 정상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남북경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에서 제재 완화를 비핵화 ‘입구’에 놓고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 ‘출구’ 조치로 제재 완화 조치를 생각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1차 때 합의된 4가지 조항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정권 구축’,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송환’을 구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비핵화가 모든 조항을 좌지우지할 최대 관건이지만 북미 실무협상팀은 양측의 비핵화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할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남북경협이 실제 북미협상에서 어떤 카드로 사용될지 주목된다. 북한이 괌에 있는 미국 전략자산까지 철수시키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부터 재개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이 실현되는 완전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북측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등 의제협상단이 20일 2차 북미 정상회담지인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스티브 비건도 워싱턴을 출발했다고 알려 이번주 후반 의제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과 ‘플러스 알파’,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조율할 본게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