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후의 품격'이 연장 방송의 묘미(?)를 보여줬다. 주인공 중 한 명이 당초 계약된 분량만 찍고 하차하자, 다른 주인공들이 그 역할을 나눠맡으며 이야기를 끌고갔다.

20일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49, 50회가 방송됐다. 당초 총 48회로 기획됐던 '황후의 품격'은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한 높은 인기에 힘입어 4회 연장돼 52회까지 제작하기로 했다. SBS와 제작진이 밝힌 연장 방송 이유는 "탄탄한 결말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극 중 나왕식(신분 위장 후 천우빈) 역을 맡고 있던 최진혁이 미리 잡아둔 스케줄 때문에 연장 방송 합류를 할 수 없다며 하차해버린 것. 최진혁은 어머니를 죽이고 시신을 은폐한 것은 물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아 죽이려했던 신성록(이혁 역)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궁에 들어온 인물로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 사진=SBS '황후의 품격' 포스터


최진혁이 빠진 채 결말 부분 4회를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일 방송을 보니 무릎을 칠 만했다. 그가 맡았던 역할을 다른 사람들이 나눠서 대신 했던 것이다.

일단 극 중 나왕식은 자동차 추격신 끝에 죽는(죽은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빠졌다. 물론 최진혁이 하차했으니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최진혁이 담당했던 주요 역할, 즉 복수와 액션은 장나라(오써니 역)가 대신 했다. 최진혁은 장나라를 두고 신성록과 은근히 삼각 로맨스도 펼치고 있었는데 그 역할은 온전히 신성록 혼자의 몫이 됐다.

이날 49, 50회에서 오써니는 복수의 칼을 빼들었다. 황제 즉위 10주년 기념식장에서 이혁과 태후(신은경)의 죄상을 증거까지 들이대며 낱낱이 폭로한 것. 물론 거기에는 나왕식과 그 모친의 억울한 사연도 포함돼 있었다.

오써니가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할 때는 액션이 불가피했다. 오써니는 갈고 닦았던 무술 솜씨를 발휘하며 황실 경호원들 때려누이고 기념식장에 갈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오써니 혼자 많은 경호원들을 물리치기는 힘들었기에 민유라(이엘리야)와 변선생(김명수)이 적절하게 액션신에 도움을 줬다.(나왕식이 있었으면 했을 일들이다) 

태후의 계략에 의해 기념식장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오써니는 이혁을 구하기 위해 또 한 번 몸을 써야 했다. 이혁을 구하던 중 폭발로 인해 떨어지는 건물 구조물을 대신 몸으로 막은 것도 오써니였다. 

이혁은 오써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으로 태후의 계략에서 오써니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감옥에 가두는 츤데레 매력을 보여줬다. 기념식장 폭발 장면에서는 자신을 구해주려던 오써니가 건물 잔해에 깔리자 들쳐 안고 빠져나왔다. 폭발 화염을 배경으로 이혁이 오써니를 안고 있는 장면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클라크 케이블과 비비안 리의 명장면이 떠오르게 할 정도로 로맨틱했다.

연장 방송은 주연 최진혁을 사라지게 했지만 다른 배우들이 품앗이하듯 최진혁 대역을 해내며 '탄탄한 결말'(?)을 향해 치달았다.

이제 '황후의 품격'은 오늘(21일) 마지막 51, 52회 방송만 남겨두고 있다. 장나라는 복수극을 완성하고 황실을 쇄신할까, 신성록은 개과천선해 장나라와 로맨스를 이어갈까, 온갖 악행도 모자라 황제인 아들까지도 죽이려 했던 악의 축 신은경은 어떤 응징을 당할까.(설마 나왕식이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최진혁으로 변신하기 이전 태항호로 돌아간 모습으로 마지막회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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