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통상임금 항소심…1심 때 '신의칙' 인정 안돼
생산직 채용 중단 강수…2심서 판결 바뀔지 '촉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의 판결이 오는 22일 나온다. 

기아차는 근로자 2만7000여명이 2011년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돌려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7220억원의 청구 소송 1심에서 졌다. 재판부가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본 것인데, 기아차는 1심 패소 이후 잔업·특근을 줄여 인기 차종도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어왔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근로자가 사측에 추가 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인정될지 여부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과 별개로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해 향후 임금 부담이 커질 것에 우려하고 있다. 

   
▲ 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미디어펜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번 항소심에서 신의칙 적용 유무로 노사 입장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기아차는 최근 경영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2심에선 판결이 바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의칙이란 권리의무의 양 당사자는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신의와 성실로써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의 대 원칙이다.  

지난 2017년 8월에 나온 1심 선고에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는 기아차가 추가 수당을 못 줄 정도로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봤다. 근로자들에게 소송 청구금액 이상의 경영성과급을 매년 지급해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 판결 역시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비교적 우세하다. 

현대차는 노사 간 취업규칙을 정할 때 '생산직 15일 이상 근무시 통상수당을 지급한다'는 문구를 상여금 세칙에 반영해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이러한 문구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기아차가 불리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법이 세운 기준에서 다른 기업들은 일률성 고정성 문제에 있어서 빠져나갈 구멍을 비교적 넓게 만든 편인데 기아차는 가장 적어 불리한 입장"이라고 내다봤다. 

통상임금 항소심을 앞두고 기아차는 최근 경영사정이 악화돼 막판까지 신의칙 결과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는 전년 대비 74.8% 증가한 1조15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 충당금을 반영한 기저효과 때문이란 게 회사측 주장이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1%를 기록했고 지난 4분기엔 1.2%에 그쳤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외에도 최저임금법 위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을 현재 격월 지급에서 매월 지급하는 쪽으로 추진 중이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최준영 기아차 대표이사 부사장은 최근 담화문을 내고 "해마다 영업이익률이 감소해 지난해는 2.1%에 불과했다"며 "수익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데 통상임금 논란은 그만 끝내자"고 노조에 호소했다. 

기아차는 또 지난 연말 진행하던 생산직 채용전형을 실적 부진과 비용부담 가중 등으로 중단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통상임금 소송, 최저임금 위반 문제 등 임금 부담 가중에 따른 결정으로 보고 있다. 당장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직원 1000여명은 오는 6월까지 기본급을 인상해 줘야 할 판이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전체 상여금 750% 중 600%를 기본급으로 바꿔 현재 격월에서 매월 지급하는 방안, 또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바꾸지 않고 매달 600%를 나눠 주는 방안을 만들어 노조 측에 전달했다. 

두 가지 안 모두 상여금 600%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서 통상임금에도 넣겠다는 것으로, 노조가 받아들이면 통상임금 및 최저임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한 기본급 인상이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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