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수일 앞으로 다가온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화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황교안·김진태 후보는 어떻게든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으려 안간힘이고, ‘박근혜에서 벗어나야 한다’던 오세훈 후보도 이제는 나름 ‘박심(朴心)’을 의식하는 눈치다.

지난 20일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당 당 대표 후보 4차 토론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쟁점이 됐다. 황 후보는 사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고, 김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사면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석방을 우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후보도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논의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며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결국 대구·경북 표를 의식해서라는 해석과 맞닿는다. 황 후보가 이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처음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도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을 불식시키고, 김 후보로 쏠린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을 끄집어낼수록 ‘도로 박근혜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당이 극우 정당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앞서 ‘태극기 세력’이 점령했던 지역 합동연설회가 이 같은 상황을 증명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 내부적으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래로 나아가야 할 전당대회가 자칫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무성 의원은 태극기 세력을 겨냥,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 전면에 등장하자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특히 ‘탄핵 절차성’을 꺼내 든 황 후보와 김 후보를 탄핵 불복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탄핵은 잘못됐다’고 했던 전직 총리 출신 당권주자는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탄핵에 세모로 답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극우의 길을 계속 고집한다면 국민의 지탄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한국당은 소수의 과격한 세력과 함께하더니 황 후보는 최근 언론에 나와 ‘박근혜 탄핵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황 후보는)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큰 상황임에도 반성은커녕 탄핵 재판을 불복하고 있다”고 했다.

   
▲ 20일 오후 서울시 중구 채널A 방송사에서 오세훈, 김진태, 황교안(왼쪽부터) 당 대표 후보자 TV토론회가 열렸다./자유한국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