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트럼프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특파원에 전화브리핑을 갖고 “우선순위는 비핵화에 대한 이해 증진,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프로그램 동결, 비핵화 로드맵을 향한 협력”이라며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가지 발표 모두 북미회담의 의제와 관련된 것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α’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이 ‘WMD와 미사일프로그램 동결’이라는 의제를 꺼내놓은 점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WMD의 동결은 이번에 처음 언급된 것으로 스티브 비건 대표의 실무협상에서 은밀하게 의제에 포함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동결→신고→사찰→검증→폐기’라는 비핵화 로드맵의 한 단계인 ‘동결’이 거론됐다는 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막연한 표현보다 구체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북한의 핵포기에 초점을 맞추고, 비핵화의 첫 단계를 확실히 진전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영변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동결이 합의된다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반면, 이번 2차 북미회담에서 가령 ‘영변핵시설의 동결’ 정도로 합의되고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현재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 전망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핵동결 합의 가능성에 대해 “북한의 영구적 핵무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과 비슷하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고위 당국자의 브리핑에서 비핵화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인 것은 아직까지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의 의미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만약 북미 간에 ‘ICBM 동결 대 종전선언 및 일부 대북제재 완화’가 교환될 경우 미북협상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미국은 최근 들어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직접 언급하고 있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태도를 보여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들에게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벌써부터 다음 정상회담을 예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상응조치가 선명하지 못한 것도 회담의 결과를 낙관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측이 언급한 평양-워싱턴 간 연락사무소 설치가 유력하게 제시될 전망으로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의제로 활용하라고 제안해놓은 상태이다. 백악관은 21일 북한 내 투자유치, 사회기반시설 개선, 식량안보 강화를 언급하며 북한에 경제개발 옵션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이 바라는 대북제재 완화는 사실상 미의회 문턱을 넘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제재를 풀고 싶지만 북한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국제사회 제재 결의에 복잡하게 묶여 있기 때문에 하나씩 풀기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결의안 추진으로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더 낫고, 이럴 경우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당일치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21일 “오는 27~28일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된다"며 ”세부 일정으로 단독 회담과 식사, 양쪽 대표단이 배석하는 확대 정상회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혼자 기자회견을 했다. 이번 2차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서서 공동성명발표와 기자회견을 함께 진행할지 주목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악수하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