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 북한연구실장 “폐기계획 때부터 공간전환 프로그램 도입하면 효과적”
   
▲ 통일연구원이 21일 주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 정책토론회에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영변핵시설을 완전하게 해체하고 폐기하는 데 수조원의 비용이 들고, 우리가 상당부분 부담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국제협의체를 구성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 핵시설의 용도전환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이 21일 개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 정책토론회에서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핵폐기 비용을 우리나라가 상당부분 부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은 국제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비용을 분담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전 연구원은 특히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과 같은 재처리시설에 천문학적인 폐기 비용이 들어간다”며 “벨기에의 유로케믹(Eurochemic)의 재처리시설의 경우 폐기 비용으로 3억 달러(3375억원), 50년간 폐기물 관리 비용으로 100억 달러(11조2520억원)가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준위 액체 폐기물은 가능하면 러시아 등질 수송해 처리하는 방안을 협의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저준위 폐기물은 북한 내 우라늄폐광 등을 이용한 처분장을 개설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난이도가 높은 폐기 대상은 5메가와트(MWe) 흑연료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이 있다. 

안 전 연구원은 “해체 작업은 재처리시시설 등 핵주기 시설은 즉시해체를 하게 되고, 그 밖에 방사선 준위가 높은 핵심 부분을 안전하게 밀봉해 30~50년 시간이 경과한 후에 해체를 수행하는 유럽식 자연해체 방식도 있다”며 “원자력시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콘크리트 등으로 완전히 밀봉하는 경우 가장 손쉽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안전하다는 입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북한의 우라늄 채광 양을 파악하면 전체 핵물질과 핵탄두 생산량을 알 수 있다”며 “폐기와 검증 절차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비핵화가 하나의 개발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며 ‘협력적 위험감축’(Cooperative Threat Reduction·CTR)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핵시설을 해체하거나 제염하는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폐기 계획을 세울 때부터 해당 시설을 역사유적지, 박물관, 테마파크 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이 도입한 사례를 인용한 홍 실장은 “북한 핵시설 폐기 후 공간전환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핵 보유 대상국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교환하면서 위협을 줄여나가는 CTR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민 연구실장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영구적으로 불능화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만 따진다면 2~3개월도 가능하다”며 “하지만 여기에 검증 절차를 합의하는 ‘정치적 시간’이 포함되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고, 해체까지 수반할 때 많은 대규모 비용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동력만 확보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단기간 내 불능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핵물질을 만드는 핵심 원천인 영변핵시설 폐기만으로도 상당한 비핵화의 성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농축우라늄 시설은 영변 외에도 많지만 영변이 폐기되면 플루토늄 생산이 안되는 것으로 수소폭탄의 소형화나 상중수소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